결혼한 딸에게 '아침 암호문'을 보냈다
암호 발신문 응답문으로 된 아침인사
'8-16-9
오전맑음 오후작은비
아침저녁 서늘
따뜻한외투-우산'
'ㅇㅋㅇㅋ!'
오늘 아침 07:15 am에 보낸 암호 발신문이다. 그리고 그 아래는 몇 분 뒤에 도착한 응답문이다.
발신문 암호를 풀이하면,
'오늘 날씨는 출근 때 8도, 낮 최고 기온 16도, 퇴근 때 9도로, 오전에는 맑다가 오후에는 적은 양의 비가 내린다. 아침과 저녁으로 서늘하니, 따뜻한 외투 차림이 좋을 것 같고, 우산을 챙기기 바란다.'
라는 뜻이다.
그리고 응답문은 '오케이, 오케이' 알았다는 의미이다.
눈치 좀 있다는 사람은 벌써 짐작했을 것이다.
이런 형태의 암호문은 결혼한 지 일 년이 되어가는 딸에게 매일 아침 배달된다. 그리고 응답문은 딸이 내게 보낸 수신 완료 신호이다.
아침마다 딸과 내가 주고받는 간단한 카톡 문자 대화이다.
아침이면 나는 날씨 앱을 열고 오늘의 날씨를 확인한 후 카톡 발신문을 작성한다. 작성된 문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사에 출근하는 날이면 아침 7시 15분에 정확히 전달된다.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문자 대화를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아마도 딸이 출근을 시작하면서부터 인 것 같다. 오래된 습관이 되어버려서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한 십 년쯤 되어가지 않나 싶다.
이 문자 대화는 딸이 결혼해 분가한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놓치지 않으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신경을 쓴다.
딸이 결혼을 한 후에는 이 문자 대화가 더욱 특별해졌다.
매일 아침 이 문자를 작성할 때면 항상 딸이 출근 준비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덕분에 아침마다 한 번씩 딸의 얼굴을 보게 된다. 난 그게 좋다.
이 문자는 딸이 여전히 한가족임을 확인시켜주려 딸에게 보내는 신호이다. 결혼했지만 여전히 딸 곁에는 언제나처럼 아빠가 있고 가족이 함께하고 있다는 신호인 것이다.
이 문자는 다 커서 결혼까지 한 딸이 아빠에겐 여전히 깨질까 봐 다칠까 봐 조심조심 소중히 품에 안고 걷던 귀하디 귀한 딸내미라는 신호이다. 내 마음속의 딸은 여전히 그런 딸이다. 비에 맞을까 봐 추위에 움츠릴까 봐 걱정하는 여린 딸이다.
그리고 딸이 보내주는 응답 문자는 내게 미소를 가져다주는 아침 특별 선물이다. 응답 신호를 받을 때면 나는 늘 멋진 출근 복장을 한 딸이 떠오른다. 덕분에 딸의 어여쁜 모습을 또 한 번 볼 수 있다.
문득문득 이 문자 대화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것 덕분에 나의 아침은 날마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난 이 아침 암호문 발송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리고, 딸내미의 응답 신호를 기다리는 재미도 즐길 생각이다.
그 상상 만으로도, 나는 행복해진다.
딸 바보가 맞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