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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Dec 09. 2022

아내의 결혼기념일 선물은 '새 안경'

33번째 결혼기념일,  아내에게 보낸 편지



'동반(同伴)',

함께할 동(同)에 짝 반(伴)을 합쳐 '함께 하는 짝'을 말한다.


'반려(伴侶)',

짝 반(伴)에 친구 려(侶)를 붙여 '짝 이자 친구'를 뜻한다.


여기에 사람 자(者)를 덧붙여 '동반자' '반려자'라 부른다. 거기에 인생이란 말을 앞에다 세워 그 의미와 가치를 더한다.


'인생의 동반자' '인생의 반려자'

'인생을 함께하는 짝 이자 친구'를 말한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을 함께 할 짝 이자 친구를 만났음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결혼이라 한다면, 그날을 기억하려는 날이 '결혼기념일'이다. 인생의 동반자 반려자를 만난 날을 기억하는 날이다.


오늘이 바로 나와 아내의 결혼기념일이다.

내겐 삼 년쯤 된 것 같은데, 벌써 삼 년에다 삼십 년을 더해야 하는 긴 인생 여정을 둘이서 시작했던 그날이다.


이날이 오면 나는 늘 상상 속 옛 영화 한 편을 보곤 한다.


나의 첫눈을 사로잡았던 그 아름답던 주인공과 수줍게 팔짱을 끼고 함께 걸었던 그 예쁜 행진 장면이 담긴 로맨스 영화이다. 해마다 보다 보니 이제 영화 속 화면들이 상상 속에서색이 바래 예스러운 풍치가 그윽하다.


그 영화 속 주인공인 아내가 며칠 전 내게 결혼기념일 선물을 주었다. '새 안경'이었다.


아내는 내게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새로운 안경을 맞춰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안경도 새것으로 같이 바꾸었다.


안경 선물을 받고 혼자서 생각을 해 보았다. 아내가 이 선물을 통해 내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혼자서 생각해 본들 아내의 속내를 어떻게 알겠냐만, 그래도 수십 년을 짝으로 함께 했으니 짐작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자문자답을 해 본다.


아내는 내게 새 안경을 쓰고 새롭게 만나는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살펴보라고 말하는 걸까?


헌 안경알에 무수히 많이 새겨진 크고 작은 생채기 일랑 헌 안경에다 그대로 담아서 추억 창고에다 보관해 놓고, 그 대신 흠집 하나 티끌 하나 없는 새 안경으로 세상을 새로 만나보라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젠 싫든 좋든 본격적으로 만나야 할 인생 후반을 새로운 눈으로 맞이하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그게 아니면, 가장 가깝고도 편한 친구가 된 짝을 새롭게 보고 더욱 귀하게 대접하라는 경고의 메시지 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실, 그녀가 보낸 메시지가 무엇이든 무슨 상관인가?


아마도 늘 그랬던 것처럼 아내는 짝인 나를 믿고 내 상상에 맡겼을 것이다. 내 상상력에다 자유를 더해 준 것이리라.


선물 받은 새 안경알은 다초점 렌즈다. 아내는 깨끗한 다초점 렌즈를 통해 흐릿하게 보이던 눈 아래 가까운 곳을 다시 살펴보라고 말한 것일까? 저 멀리 언덕 위 높은 곳에는 눈길도 주지 말고 이제 눈앞의 가족들과 가까운 인연들에 많은 눈길을 주라는 것일까? 내가 아는 아내라면 그럴 것도 같다. 


이번에 아내와 딸이 함께 골라 준 새 안경태가 내 마음에 쏙 든다. 검은색의 얇은 태가 쓰고서 거울을 보면 여간 세련된 게 아니다. 아내가 그런 안경을 선물한 것은 어쩌면 내가 지금껏 애써온 늙음과 멀리하기에 격려와 응원을 보낸 것 일지도 모른다. 더 멋이 있게 더 활기가 있게 살아가자는 동감의 메시지 일 수도 있다. 마음 들키는 것을 싫어하는 아내의 의미심장한 의사표현으로 봐도 될까?


아내는 내게 더 자유롭게 자유를 즐기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나이 듦이 좋은 것 하나가 시간과 마음을  여유라는 그릇에 쉽게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잘 아는 아내가 내게 무엇이든 마음 가는 대로 해보라는 넉넉한 신호를 보낸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래서 아내는 안경태 끝부분이 부드러워 맘대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골라 준 것인지도 모른다.


상상은 여기까지로 해야겠다. 끝이 없다.


아무튼, 아내가 결혼기념일에 맞춰 선물한 새 안경은 내게 많은 생각을 찾아가게 한다.


안경과 함께한 올해 결혼기념일은 두고두고 색다르게 기억될 것 같다.


이번 결혼기념일 선물 새 안경이 내게 새롭게 보여 준 것은 인생의 긴 여정을 함께해왔고 함께할 하나뿐인 짝이다. 그리고 여행의  끝까지 같이할 친구이기도 하다. 바로 나의 아내이다.


그리고

그 아내와 함께 행진의 첫 발을 띄었던 날,

그 결혼식이 있었던 바로 그날,

결혼기념일인 오늘,


나는 다시금 새롭게 그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한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여보!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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