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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엔 '혼밥'을 즐겨보자

혼밥이 가져다주는 의미

by 투빈대디
출처:https://www.timeoutkorea.kr/seoul/ko/restaurants


혼자서 앉아 먹는 식사를 ‘혼밥’이라고들 한다.


나의 경우, 집에서는 식구들과,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회사에서는 동료들과 같이 밥을 먹었다.

혼밥을 하는 경우는 출장길에 오고 가면서 만나는 끼니 정도였으리라.


그러다 최근에야 혼밥을 할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식당에 혼자 앉아 밥을 먹는다는 것이 많이 어색했다.

그래서 손님이 몰리는 혼잡시간은 피하고, 손님이 분비지 않는 식당을 찾아갔다.

주문하는 메뉴는 간단한 것으로 하였다.

어느 때는 샌드위치나 김밥 같이 포장할 수 있는 것을 사무실로 가져와 먹었다.

어색함을 피하고 싶어서였다.


혼자서 식당에 앉아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고, 나를 보며 이상한 상상을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에게 혼밥은 언제나 맛없는 점심 한 끼 때우기였다.


북적대는 대학의 학생식당에 가면 혼밥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점심때 시내 식당에 들어서도 혼밥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그들은 혼밥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나만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

나만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혼밥을 즐기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혼밥을 즐기려면 과연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첫째, 집단의 일원이 아닌, 혼자인 '독립된 나'를 찾아야 한다.

나를 집단의 하나로만 여기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를 독립된 혼자로 인정해주어야 한다.


둘째,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당당함이 필요하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노출할 줄 아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나의 가치는 남이 아닌 내가 평가하고 결정한다는 생각이 단단해져야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생각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셋째, 자신을 '평범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내가 특별하고 잘난 사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과 같은, 평범하고 부족함이 많은 보통의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인정해야 한다.

자신을 평범한 보통사람으로 내려놓을 때 자신에게 자유가 찾아온다.


넷째, 혼자를 '외로움'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인간은 결국 혼자 와서 혼자 간다.

그리고 혼자로 있는 시간이 같이 있는 시간보다 많다.

혼자 있는 것이 당연이며, 다른 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특별한 시간이다.

외로움은 혼자로 있을 때가 아니라, 같이 한 다른 사람들 속에서 혼자임을 느낄 때 찾아온다.

혼자가 곧 외로움은 아니다.

착각하지 말자.


다섯째, 혼자를 '초라함'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혼자를 초라함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 있거나 여럿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 초라함을 구분할 수 없다.

혼자와 초라함은 서로 상관이 전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여섯째, 혼밥은 '자유의 표현'임을 인정하여야 한다.

혼밥은 다른 사람과 연락하여 약속을 잡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다.

그냥 하면 된다.

메뉴와 장소를 선택할 때 나의 취향만 고려하면 된다.

식사하며 일부러 대화할 필요가 없다. 그냥 침묵을 즐겨도 된다.

식사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 눈치 볼 상대가 없다.

천천히 해도 되고 빨리 해도 된다. 늘 내가 먹던 대로 하면 된다.

혼밥은 철저히 나만을 위한 것을 내가 선택하는 자유 행위이다.




나는 아직 이런 자격들을 갖추지 못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직 혼밥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사람들이 부럽다.


식사를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누리는 그들이 좋아 보인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 그들의 자연스러움이 부럽다.

마음대로 나를 집단과 결합하고 분리할 수 있는 그들이 멋있어 보인다.

꼬박꼬박 만나는 밥 먹는 시간을 자유공간으로 만든 그들의 현명함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나도 혼밥을 즐겨 보려 한다.

나도 혼밥을 하면서 자유로운 나를 만나보려 한다.

나도 이제 그들처럼 혼밥의 자유를 맘껏 즐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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