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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Mar 28. 2022

봄볕믹스 혼커피 맛을 아시나요?

봄볕 내리는 벤치에서 커피 한잔



후다닥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때우고 산책길에 나섰다. 눈길을 사로잡는 봄볕의 유혹을 좇아 회사 근처 작은 공원을 찾았다. 그곳에는 기대한 대로 포근한 봄볕이 봄날답게 내려쬐고 있었다.


문득 봄볕 쬐는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하고 싶어졌다.


곧바로 공원 옆 조그마한 카페로 발길을 옮겨 따뜻한 아메리카노 ‘따아’ 한 잔을 사이즈업까지 해서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했다.


주문한 커피를 받아 들고 다시 공원으로 향했다.


햇볕 잘 들고 바람 없는 자리의 벤치를 찾아 앉았다. 귀에는 이어폰을 통해 잔잔한 클래식 음률이 흐르고, 나는 그 리듬에 맞추어 아메리카노의 봄볕 맛을 한 모금씩 찬찬히 음미했다. 커피의 맛이 지금껏 만났던 떤 것과도 닮지 않은 특별한 것이었다.


커피 잔을 들고 생각 없이 앞을 그냥 바라보았다.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사람, 강아지 산책 중인 사람, 크게 팔을 휘두르며 파워워킹 중인 사람까지 각기의 모습으로  나름의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한참을 초점을 없애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 보니, 어느 순간 대화가 시작되었다. 나와 내 안의 나 사이의 대화였다. 조근조근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늘 그렇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그렇게 빠를 수가 없다. 대화가 즐거울수록 그 정도가 더 하다. 오늘도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언제 다 마셨는지 그 가득했던 커피가 금방 바닥을 드러냈고, 점심시간도 끝나갔다. 그래도 사이즈업 덕분에 조금은 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빈 커피 잔을 들고 벤치에서 일어섰다.


“이거 괜찮네”

“자주 이곳에 와야겠다”


혼커피를 즐기는 분위기 있는 신사에서 다시 일상의 나로 돌아왔지만, 오늘의 나는 조금은 특별했던 게 틀림없다. 커피 한잔이 소개해준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래, 좋다!"

"가끔 다른 사람처럼 해보는 것도”

"잠깐 다른 사람이 돼보는 것도..."




<다시 그 벤치에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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