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이름은 무엇인지,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전하려 했는지, 이 그림은 미술 기법 상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다. 나는 그야말로 그림에, 미술에, 예술에 진짜 ‘문외한(門外漢)’이자 ‘무식자(無識者)’이다.
이상하게도 조작가는 이런 나에게서 내뱉어지는 거친 감성의 투박한 말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니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 이번에도 시작은 조작가였다.
느낀 대로 가감 없이 말해줘. 솔직한 느낌을 듣고 싶어. 내가 잘 걸어가고 있는지 확인하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나는 부탁을 받자마자 바로 나의 느낌을 말했다. 느낌 말고는 아무것도 섞지 않았다.
내가 조작가에게 전했던 나의 말을 그대로 옮겨 본다.
<서양화가 조성미 작가의 '향기를 담다'>
이 작품이 가져간 나의 첫 눈길은 그림 속 여인의 풍성한 허벅지와 살짝 들어선 건강한 허리 굴곡이다. 조작가의 크로키에는 단골로 등장하는 넉넉하고 잔잔한 본능의 아름다움 ‘은근한 관능미’를 표현하는 데는 그 두 가지로 충분하다.
따뜻한 색 노랑을 중심에 두고, 시작의 색 연녹을 나란히 보조를 맞추게 하여, 아름다운 세월의 도래를 알린다.
조금은 더울 것도 같은 중심 색 한 켠에 시원한 응달 색의 진한 그림자를 보태어, 현재와 과거를 한 공간 안에서 충돌 없이 어울리게 한다.
직선으로 만들어진 곡선으로 아름다움을 모하나 나지 않게 드러내게 하여, 곧음과 굽음의 따뜻한 타협을 이끌어 내려한다.
작가의 마음엔 여인의 출현 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그 여인 앞에다 턱턱 선들을 던진 다음, 우연처럼자리하고 있는 선들을 요리저리 연결해 준 다음, 그렇게 만들어진 평면들 위에다 도드러짐없는 색의 물감을 살짝살짝 흩뿌려주니, 어느덧 큰 돌과 바위들이 모여 만든 든든한 담벼락이 듬직하게 배경이 되어있다. 작가는 그렇게모든 이에게평안이란 선물을 안겨 준다.
몇 시간이고 그 자세로 있어도 그냥 좋을 것 같은 여인의 편안한 자세에서는 안정과 평화가 슬며시 밖에까지 배어난다. 작가는 그 여인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향한 기원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