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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Apr 17. 2020

그래도 괜찮아

나는 스스로 내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강한 척 연기를 하며 살고 있다. 

아이들 앞에서 아내 앞에서 부모님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보이고 애써 웃음을 보인다. 


죽어 있지는 않지만 의식은 깬 채로 영원히 잠에 취해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출근을 하면서 시간이 멈춰지길 바라며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일터를 갈 수 없길 바랄 때도 있다. 


주어진 책임감이 무거워 지금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고 싶기도 하다.

일을 하면서 사람들로부터 받는 상처가 힘들어 견디기 힘들기도 하다.


이젠 내가 받은 상처도 제법 단단하게 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받은 상처들과 모욕감에 대한 분함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집에 오기까지 내 입에서는 그들을 향한 거친 욕들이 쏟아저 나오고,  

머릿속에서 여러 사람들을 난도질하고 그들을 씹어먹어도 미안하지 않을 정도로 난폭해진다.


오늘은 그들 때문에 정말 힘들다. 마음이 처참하게 구겨지고 자존심이 무너졌다.

이 글을 읽는 어떤 사람들은 나보다 더 힘들고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 오늘은 그냥 이대로 억눌린 채로 그대로 있고 싶다.

힘내고 다시 일어서라고 하면서, 약해빠진 나를 채찍질하면서 단련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냥 많이 지치고 힘들어 버린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멍하니 있고 싶다.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오늘의 분함과 상처는 기억에서 사라지고 분한 감정도 사라질 것이다.

지난 수년 겪었던 분함과 상처는 기억에서 잊혀졌고 분한 감정도 사라졌던 것처럼, 

감정도 기억처럼 뭐든지 잘 잊어서 다행이다.


그래, 오늘은 나약하고 찌질한 나한테 미안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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