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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Apr 15. 2021

직장에서 협상을 할 때와 싸움을 할 때.

작년 한 해 동안 나름 최선을 다했고 맡겨진 성과를 달성했지만 승진이라는 보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대했던 승진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 탓에 감정적으로 격해져 있었고 

회사 사장에 대한 불신감이 더 커져 버렸다.  


회사 사장은 코로나를 들먹이며 작년 한 해동안 개인의 성과는 달성했었지만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회사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아서

나를 승진에서 제외시킨 것에 대해 합리적 이유를 들어 나를 납득시키려 했다.


사장과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그 자리에서 수긍을 했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도저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아니었다.   

이유의 불명확화로 인해 승진 누락이 된 것에 대해 화도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얼마나 더 잘해야 승진이 될 수 있는가?

일주일 동안 고민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사장의 방에 들어가 면담을 하기로 했다.

사장에게 합리적 이유를 묻고 그것에 하나하나 반박을 하여 

사장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노크를 하고 사장실에 들어가서 사장에게 단도 직업적으로 물었다.


"얼만 전에 실적 보고를 했는데, 

 거기서 당신이 나를 승진에서 제외한다고 했었는데 다시 한번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장은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 약간은 당황한 듯 잠시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2가지의 이유를 설명했다.

첫 째, 너는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어 

둘째, 너는 팀의 분위기를 잘 다독거리지 못하는 거 같아.


무슨 말도 안 되는 궁색한 변명을 하는 거 같아서 속으로 웃으면서 

이 사람에게 한 방을 날려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성과 지표의 기준에도 없는 이유였고 어디까지나 사장의 개인적인 생각에서 나온 이유였다. 


만약 신입이거나 주위의 말에 순종적이었던 나였다면 


"알겠습니다. 앞으로 노력해서 개선하겠습니다." 


라고 대답을 했을 텐데, 나는 더 이상 윗사람의 말에 따르고 수긍하는 YES 맨이 아니었다.

10년 간 YES 맨이었던 내 회사 생활을 돌아보면 YES 맨으로 인해 상대를 편하게 해 주었을지언정 

나에게 정작 득은 없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꼰대들을 더 강력한 꼰대로 만들고 조직 내 표현의 자유성을 마비시키는 적폐라고 생각했다. 


사장의 변명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이유를 달아서 반박을 했다. 

사장의 생각이 어디까지나 당신의 개인적 생각이고

나는 실제로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모습으로 일을 했다고 반박을 했다. 


그러나 나보다 10 살 이상의 사장은 어린 직원의 도발에 감정이 격해져서

평소에 잠잠하던 성격이 갑자기 돌변하더니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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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머리가 핑 돌더니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장의 태도에 당황했다기보다는 내가 사장에게 면담을 하러 온 본질이 변질되어 버렸다는 생각에 아차 했다.


내가 사장에게 면담을 하러 온 이유가 무엇인가?


사장과 협상을 통해 조금이라도 득을 얻기 위한 것이었지만

내가 보인 태도에 의해 협상이 아닌 싸움으로 변질 되어 버린 것이었다.  


협상이란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여 대비책을 준비하고

상대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저자세를 유지하고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싸움은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만 깊어진 채로 끝나고 득을 기대할 수는 없다.


협상을 통해서 원하는 것을 설령 얻지 못한다고 해도 협상을 통해서 상대의 지략을 읽을 수 있고 

상대의 지략에 대해서 더 논리를 구축할 수 있게 되므로 앞으로 상대를 내 생각대로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하기 위한 배움의 계기가 된다. 


그래서 협상으로 인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만약 협상으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결과를 감수할 각오를 한다면 

그때서야 싸움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싸움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지만 자신의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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