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be Jul 24. 2019

점심 식사는 혼자 먹겠습니다.

 몇 년 전 부터 점심 식사를 혼자 하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사람들과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소중한 1시간의 점심 시간을 개인의 재충전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료들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좋은 점도 있었다. 업무 중에 못다 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소원했던 관계도 회복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가 식사 시간이 되면 어느 동료의 입에서 업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점심시간 조차 상사를 접대하듯 대하는 분위기가 일반화 되어 점심 시간을 혼자 하기로 시작했다. 

 

 동료와 점심을 같이 하면 메뉴를 고를 때도 상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돈가스를 좋아하는데 어제도 돈가스를 먹고 오늘도 돈가스를 먹으려고 하면 눈치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원치도 않는 메뉴를 분위기에 휩쓸려 먹어야 할 때도 있다.


 동료나 상사와 식사를 하게 되면 업무 이외에 무슨 말을 할지 고민이 많아진다. 식사 시간에 항상 일 이야기만 하는 꼰대 상사가 있긴 하지만 솔직히 일 이야기 이외에는 별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설사 일 이외의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예의상 듣는 척을 해줘야 하고 수긍을 해줘야 하는 의무감이 생긴다. 

 

  메뉴를 주문했는데 상사의 메뉴보다 자신이 주문한 메뉴가 먼저 나오면 상사보다 먼저 수저를 드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뿐만 아니라 상사와 식사 속도도 같이 맞춰야 하는 무언의 규칙이 존재한다. 만약 자신이 상사보다 일찍 식사가 끝난다고 해도 자리를 먼저 뜨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상사와 식사를 같이 하게 되면 점심 시간은 겉치레 예의들의 종합 전시장이 된다. 테이블에 앉기 전에 방석을 깔아 줘야 하고 테이블에 하얀 티슈를 깔아서 수저, 젓가락 배치를 하고 물도 직급 순서에 따라서 예의 있게 따라서 배치해야 한다. 상사가 좋아하는 음식이 금방 바닥이 났으면 상사가 요청하기 전에 눈치 있게 알아서 반찬을 주문해야만 한다. 그리고 전골이나 찌개류를 먹을 때는 상사의 앞 접시에 상사가 좋아하는 내용물들을 듬뿍 담아서 배분도 해야 한다.   


 하루 9시간의 직장 생활중 점심 시간 1시간은 업무 이외의 시간이며 회사에서 임금을 지불하는 시간이 아니다. 이런 소중한 귀한 점심시간을 격식을 차리면서 고민과 스트레스로 보내기보다는 혼밥을 하면서 오전의 일과를 되돌아 보고 앞으로 처리할 오후 일과를 계획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식사 시간을 통해서 동료와 관계를 발전시킬 목적으로 점심 식사를 동료나 상사와 같이 하기를 추천하는 사람도 있지만 식사 시간을 동료들과 같이 한다고 해서 동료와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서로 맡은 업무만 철저히 한다면 동료와의 관계는 나빠질 것이 없다.

 

 오히려 점심식사를 편하게 하면서 그 편안한 마음으로 동료나 상사를 대하는 것이 동료와의 관계 증진에 더 효과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동료들과 같이 식사를 하다 혼자 점심을 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자신의 점심 시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면 점심을 "혼자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점심 시간만이라도 숨 막히는 업무에서 탈피하여 음식의 맛을 음미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실수해도 미안해하며 사과하면 좋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