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임장

by 던컨

꼬마빌딩이 열풍이라서 관련 책 몇 권을 사읽고

"DISCO"란 앱을 깔고 "물껀"을 보러 다닌지 한달여가 되어간다.

그간 눈으로만 봐왔던 건물인데

이제 그 가격을 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신기해서 출퇴근 버스에서 눈이 빠져라 지도를 움직여가며

이건 얼마지? 저건 얼마지? 하면서 찾아본다.


세상에 세상에

회사 앞에 다 쓰러져 가는 건물도 100억이고

볼품없는 땅인데도 평당 1억은 우습게 넘는다.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서울 외곽에서 10억 대 건물을 찾고는 이런거 어떻게 해볼까 하고

자세히 보면 싼건 다 이유가 있다.

상권이 엉망이던가 건물이 낡았던가 말이다.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로 들어서면서

다시 걷기에 좋은 계절이 되어

점심시간 그냥 걷기보다 회사 근처 매물로 나온 건물 위치를 찾아가 보면서 감을 익힌다.

이디야 커피가 들어선 5층 건물은 40억이다.


단층 껍데기집은 27억이다.


2층짜리 떡갈비집은 65억이다.

ㅠㅠ

이곳 저곳 다니면서 깨달은 점 몇가지 꼽으라면

첫째 부동산 중개사들이 말하는 "10억은 돈이 아니에요" 했던 걸 실감 하고 있다.

처음에는 되게 거부감이 드는 말이었다.

"10억이 왜 돈이 아니냐?

10억이 얼마나 큰 돈인데

그러는 넌 10억이 있냐?" 했는데

막상 건물들 가격을 보니 10억으로는

할수 있는게 거의 없다시피 한게 사실이긴 하다.

둘째 인력사무소 옆엔 꼭 다방이 있다.

다방에서 대기하다가 일감 전화 받고 바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꽃다방, 약속다방, 제일다방, 숙자다방....

셋째 프랜차이즈가 들어서 있는 건물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건물을 몰랐을때는 그냥 파리바게트가 있네 이디야커피가 있구나 그랬는데

내가 만약 건물이 있다면 그런 멀쩡한 브랜드가 들어있는게 정말 감사해야할 꺼리라는 걸 알게되었다.

그게 스타벅스이면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넷째 대학가에는 봉구스밥버거와 토마토 도시락 체인이 반드시 있다.

학생상권에서는 빠지지 않는 브랜드이다.

다섯째 서울, 경기 각지에 호재가 없는 곳은 한군데도 없다.

GTX, 재개발, 도심재생 등등 온갖 호재가

넘치는데 문제는

건물을 고르는 혜안도 밀어붙일 돈도 없다는거

점심 임장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냥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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