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by 던컨

퇴근길에 집앞 수퍼마켓에서 아이들 마실 우유를 샀다.

주말에 장을 안봤더니 냉장고가 텅 비었다.

우유를 들고 계산대에 서니 앞에 60대로 보이는 남성분이 바나나를 올려놓고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산하시는 분은 "우리 수퍼는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니 계산하실때 참고하세요"라며 계산 중에 안내 멘트를 하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저 멘트에 저 분이 어떤 반응을 할지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남성분은 자랑스레 수퍼 안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허허 적용대상이 아니래요~~~" 하며 리듬타듯 말하는거였다.

순간 '내가 이런 사람이오' 하는 말과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손님과 계산원의 묵언 대화가 오가고 있는걸 우유를 들고 기다리는 나는

눈치로 맞추고 있었다.

소득의 높고 낮음에 따라 주어지는 재난지원금이라 본인의 지급대상 여부를 공공연히 언급해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떠벌떠벌 해봤자 돌아오는 말은

"그래 니 똥 굵다!" 뿐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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