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이혼 후 명절은 늘 짐스럽다.
무너지고 없는 가정이지만 또 모이는 사람끼리는
예전 그 기억을 가지고 대해야 말이니 말이다.
형제 자매들은모두 온전한 가족이 있는데 혼자여서 다운될것 같은 엄마에게 어떤 추석 선물이 좋을지 생각하다가 시간을 선물하기로 했다.
엄마와 같이 시간을 보낼 호텔 객실
맛나고 좋은 음식 먹어도 소화하기 힘들고
비싸고 좋은 물건 봐도 필요없다 하고
그런 엄마에게 시간 선물을 선사하기로 했다.
추석연휴 엄마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북촌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옛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시간을 선물하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꽉 막힌 일상에서 전혀 여유를 찾지 못할때 주어지는 시간 선물이다.
머리 펌이나 네일아트 하는 두어시간 여유가 없어 빗자루 같은 머리와 초라한 맨 손톱으로 자신없던 차에 임원도 팀장도 없는 사무실에서
'각자 두시간만 개인업무 보자' 하는 고참 얘기는 선물일테다.
아이 유치원 발표회날 '아빠도 꼭 갈께' 약속했지만 마침 제휴사 임원과 석식이 겹쳐 팀장에게 '저 오늘 빠지면 안될까요?' 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할 때 '내가 대신 갈께' 라는 동료의 말은 선물이다.
그런 선물을 받고 나서
샤방샤방해진 자신 모습에 하늘 높이 올라간 자존감을 느끼고 아이가 공들인 시간을 직관하면서 뜨거운 가족애를 느낄수 있는데 그 시간은 어떤 값진 물건보다 귀한 선물이다.
둘째는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보내는 시간 선물이다.
입대하고 모든게 낯설고 어색하고 불안한 이병시절
멀리 찾아와준 가족과 함께하는 외출 면회는 선물이다.
잠시나마 갑갑한 부대를 벗어나 먹고 싶었던 기름진 음식에 정신팔려 막상 가족과 같이 있을때는 몰랐다가 헤어질때쯤 가슴이 먹먹해지는건 멀리 찾아와준 마음 씀씀이에 고마워서 일테다.
한달에 한번 접견할 수 있는 자녀와 시간을 기다리며 어디에 가서 뭘 하고 놀지 어떤 걸 먹으면 좋아할지 어떤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낼지 생각할때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잠시나마지만 혈육과 같이 할 수 있는 시간 선물에
고마워서 일테다.
우리는 그런 선물을 받고 나서 혼자가 아닌 나를 느끼며 모질고 힘겨운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다짐을 하게 된다.
셋째는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시간 선물이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어릴적 자랐던 곳에서 그 시절 추억에 잠겨 '여기에는 친구집이 있었고 저기 놀이터에서 놀았었지' 하는 기억을 꺼내는 그런 시간 선물이다.
그런 장소에서 그 시절 얽힌 이야기를 하게 되면 이미 나는 열살남짓한 어린 아이로 돌아가 기억 속 장면이 현실에 겹쳐진채 기억필름을 돌리게 되고
그때 그 감정이 살아나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목이 메어온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 안에 있던 내가 내가 가엽고 측은해서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를 보고 울게 되는 것이다.
그런 엄마에게 시간을 선물했다.
사랑하는 아들과 보내는 시간, 엄마가 어릴적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