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단조롭고 뻔한 일상에서 새로운 글감 소재를 찾아 기쁜 마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작성해서 올렸다.
글의 소재는 퇴사자를 만나고 온 심경을 적어내는 것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주변 여러 퇴사자와 만남을 매거진으로 엮어봐야겠다는 나름 큰 꿈을 가지고 글을 썼다.
있는 그대로의 얘기에 그날 그 현장의 상황을 묘사한 글이었다. 문제라면 너무 자세했다는게 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즈음 발행한 글은 다음 포탈에 올라갔고 순식간에 3만 뷰를 찍기 시작했다.
재미나네요 공감해요 하는 훈훈한 댓글에 앞으로 누굴 만나 또 글을 써볼까하는 생각을 하며 잠든 다음날 아침 휴대폰을 집어들고 밤새 몇 만뷰가 되었을까 하며 브런치 앱을 여니 댓글이 달려 있었다.
식겁하게 만든 댓글
아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했지만 구구절절 맞는 말인 댓글
길고 긴 댓글을 읽어내려가는데 인상이 찌푸려지고 심장이 가쁘게 뛰기 시작하며 방금 눈을 떴는데 개운하기는 커녕 악몽을 꾼 듯 식은 땀이 흐르는 느낌이었다.
댓글에 쓰인 말들이 모두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라 마치 내 치부라도 드러난 것처럼 창피한 가운데 그러면서도 지들이 뭔데 내리라 마라야 하는 생각에 아침부터 복잡한 심경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그래 내가 잘못한게 맞으니 내리자'하고는 글을 내렸다.
글을 내리고 나서도 계속 브런치를 찾아 들어가 또다른 댓글이 달린게 아닌가 검색하는 내 모습에서 나름 충격을 받았구나 싶었다.
몇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첫째 나만 아는 일이겠지 하고는 글로 써서 올렸는데 조금만 살펴보면 누군지 다 알만한 얘기를 해놓고 나 혼자 똑똑한척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둘째 다음 포탈에 올라가니 흥신소 버금가는 분들이 내 글의 정체를 밝혀주시고 계셔서 함부로 입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고
마지막으로는 악플 댓글도 아닌 충고성 댓글에도 주말 내내 찜찜했던 나의 유리멘탈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신문기사를 보니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하던 후보가 간발의 차로 낙선한데 분해서 잠을 못 이룬다는 PTSD를 변형한 선거 후 스트레스 장애 PESD(Post Election Stress Disorder)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 내 경우가 그런것 같아 브런치 후 스트레스 장애 PBSD (Post Brunch Stress Disorder)라고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