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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뚜리 Jun 25. 2024

10년만에 놀러오신 엄마

아빠가 결국 입원하셨다.

자꾸만 혈변이 나온다고 하시더니

그렇게 일이 벌어지신 모양이다.

아빠는 엄마를 요양원으로 보내고 싶지 않아서

내게 전화해 우시며 "엄마 네가 데려가" 하시더니

정말 그렇게 되고 말았다.


엄마가 아무리 치매라도 딸은 기억하시기에,

그리고 손녀도 기억하시기에.

우리 집에 모셔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엄마는 늘 답답하게 티비만 보고 지내시다가

아파트로 오니 창밖 세상이 재미있으신 모양이다.

혼자만세계에서 무언가 관심거리가 커진 것 같아 보였다.


"엄마, 우리 밥 먹을까? 배고파요?"

"응."


한 입 한 입 국에 밥 말아 드시게 했다.

그러나 똥 싼 기저귀 갈아드리는 건 너무도 어려웠다.

오줌도 많이 싸신  싶은데 말이지.

그런데 다행히 요양센터장님이 우리 집에 오셨다.

기저귀도 갈아 주시고 약도 먹여주셨다.

다행이다.

주은이가 없는 시간이라 두렵고 무서웠는데 그래도 좋다.

엄마 건강하실 때 우리에게 잘 챙겨주시던 것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려 한다.

아니 이렇게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인 건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라고 싶고

무엇보다 주은이한테 미안해진다.

오늘 기말시험 보는 마지막 날인데

잘 마무리하고 오길 바라는 나의 마음이다.


저녁이 되자 셋째 오빠와 첫째 오빠가 다녀가셨다.

아빠가 병원에 시다 보니 오빠들이 한 번에 모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둘째 오빠는 이미 낮에 엄마를 모시러 함께 가기 위해 다녀가셨다.


그 와중에 기쁜 소식도 들린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빠가 검사 결과

특별한 것 없이 장염이라고 한다.

심각한 게 아니라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그래 조금만 더 내고 용기를 내보자, 잘할 수 있을거야.


이른 아침 6시, 엄마 담당 요양사 선생님이 출근하셨다.

선생님과 나, 그리고 엄마.

다같이 둘러앉아 아침밥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요양사 선생님은 나를 너무 안쓰러워하신다.

손녀딸이 너무 힘들겠다며, 엄마는 앞을 잘 보지도 못하는데

혼자 할머니를 어떻게 어 하냐며 위로하셨다.


마음이야 무겁지만 이것도 인생의 뜻이 있는 어둠일 것이라 믿고 싶다.

, 나의 활동지원사 선생님 일이 어정쩡해지긴 하네.

생님들이 한 집에 같이 오시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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