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아침이었다.
오늘부터 2박 3일 동안 주은이는 천안을 간다.
이유라면 그동안 준비해 왔던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연수이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8시 30분 차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서둘러야 했다.
그런 주은이를 보내고 잠시 후
지원사 선생님이 출근하셨다.
"안녕하세요. 언니."
"네 오셨어요."
다른 날처럼
선생님은 설거지부터 시작하셨고
그리고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아침마당을 보았다.
오늘은 그다지 흥미로운 그런 내용이 아니라서
재미를 느끼지 못해 나는 시큰둥 했다.
아니 어쩌면 주은이가 없는 빈자리 때문에
더 시큰둥했는지 모른다.
그런 바람에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
그래서 난 주은이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오늘이 연수 가는 날이에요. 하고 말이지.
그러자 선생님도 공감을 하며
어~ 오늘이구나 하셨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선생님은 청소를 하셨고
또 쓰레기를 버리시고 하는 단계에서
선생님이 집안에 돌아올 때 이야기하셨다.
"아후~ 엘리베이터에서 팔십이 넘은 노인이 요양사 공부하고 싶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거 있죠? 그런 할머니 때문에 당황스러웠어."
"그러게요. 의욕은 좋지만
요양받아야 할 것 같은 분이 요양을 하는 건 힘들 것 같아요.
그건 요양사뿐만이 아니라 지원사 선생님도 마찬가지겠죠.
의외로 제 주위에 이야기 들어보면 연세 많으신 분들이 일을 시작은 했지만 오히려 이용자보다 더 버거워하시는 분들이 간혹 많았었거든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은 점심을 차려주셨고
오랜만에 라면을 끓여서 같이 먹기도 했다.
주은이가 있는 곳도 눈이 올까?
눈이 많이 왔을까?
근심 가운데 하루를 보내게 되었고
우리 지원사 선생님은 개인 사정으로 일찍 퇴근하셨다.
다음 날 아침.
8시가 조금 넘자 선생님은 출근하셨다.
다른 때와 똑같이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선생님은 소파에 앉으셨다.
무언가 많이 지쳐 보이신다.
나랑 같은 것 같다.
나도 계절 바뀔 때 유난히 몸이 더 나른하고
아프게 느껴지는데 말이지.
지원사 선생님은 오늘 날씨가 따뜻하니까
운동하러 가자고 하셨다.
나는 너무너무 좋았다.
중간중간 길에 눈이 있어서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기분도 한결 좋아지는 마음이다.
주은이에게 전화가 왔다.
어떻게 지내는지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 대견하다.
그렇게 타지에서 몇 밤을 지내고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것이 처음인데
그래도 잘 지내는가 보다.
다행이지.
눈이 온 바람에 가는데 네 시간이나 걸렸지만,
천안 터미널에 주은이 아빠가 와서
연수원까지 같이 움직여 주었나 보다.
그러게 정말 다행이네 마음이 놓인다.
선생님은 이야기하셨다.
"이렇게 주은이와 오래 떨어져 본 적 없죠?"
"네 그렇긴 한데 뭐 이제
서서히 나 자신도 준비해야 되지 않을까요?
독립심을 키우고 주은이가 직장 다니고 하면
나도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질 텐데
나름대로 이번에 경험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허전한 건 맞는 것 같다.
선생님이 퇴근하시고 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학교 강의를 듣고 또 음악도 듣고
그렇게 시간을 보낼 때
오늘도 저녁이 되었다.
혼자서 밥을 챙겨 먹고
약을 먹을 시간이 됐는데 자꾸 혼돈이 된다.
내가 약을 먹었던가 안 먹었던가?
그래서 결국 혹시 먹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비문증 약을 하루 쉬게 되었다.
그런데 뭐지? 그것이 티가 난 걸까? 침대에서 일찍 잠이 들었는데
부스스 눈을 떴을 때 갑자기
까만색만 보여서 혼란스러웠다.
불은 환하게 켜놨는데 왜 그랬을까?
잠시 나타난 현상이지만 너무나 무서웠다.
아니 지금 이만큼이라도 보이는 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엔 약을 꼬박꼬박 잘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드디어 주은이가 오는 날이다.
그래서 버스부터 기다려지는데 선생님이 출근하셨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같이 아침마당을 보았다.
그러면서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선생님이
"우리 순댓국 먹으러 가지 않을래요?"
하셨다.
그래서 점심은 순댓국을 같이 먹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는 코를 풀면 남의 눈치 안 보고 그냥 풀어버리는데
선생님은 밖에 나오셔서 풀으셨다.
나보다 조금은 더 센스 있으신 건가?
드디어 주은이가 연수 다 받았고
다 끝났다고 연락이 왔다.
참 대견하다.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은 여러 단계를 거쳐 거쳐
조금은 버거웠을 건데
그래도 마무리를 잘 견디어 낸 게 참 대견하다.
지원사 선생님은 이야기하셨다.
"저녁에 외식해야 되지 않아요?"
주은이 오면 맛있는 거 해줘야지.
나는 웃으며 정말 그래볼까 하고 대답했다.
지원사 선생님이 퇴근하시고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혼자서 학교 강의를 듣고 있을 때
주은이가 춘천에 도착했다는 말이
너무나 행복했다.
주은이가 말했다.
"엄마 몸 괜찮아? 발목 괜찮아?
우리 물리치료 갈까?"
"난 주은이가 걱정돼. 그냥 집에 먼저 와서 쉬어도 돼"
그치만 주은이는 가자고 한다.
그래서 정형외과 가서
시원하게 치료 받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너무너무 시원하다.
오랜만에 해서 더 그런가 행복하다.
주은이가 안전하게 돌아와서 더 행복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