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날

by 최최

첫째 아이를 등원시키러 가는 길.
오늘따라 칭얼거리는 돌쟁이 둘째를 달래느라 분주해서인지 평소처럼 아이가 잘 따라오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뭔가가 잘못됐다고 느낀 건 한참이나 지나 서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가 없었다. 하 수상한 시절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이 덜컹거렸다. 다급하게 첫째의 이름을 부르며 허둥지둥 돌아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멀리 아파트 현관이 보였다.


마침 문이 열리고 한 모녀와 함께 첫째가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곧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 문이 닫혔어.
아이는 울음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 아, 그랬어? 엄마가 몰랐네. 미안해. 많이 놀랐겠다. 우리 ㅇㅇ.
아이를 안고 머리에 입을 맞추고 쓰다듬어 주었다.
첫째는 여전히 울음을 참고 있었다. 대견하고 안쓰럽고 미안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일었다.
-ㅇㅇ이가 잘못한 거 아니야. 엄마가 몰랐어. 미안해.
그제야 눈물 한 방울 뚝. 천성이 착한 아이는 엄마의 전적인 실수에도 자신의 잘못이 조금은 있다고 생각했을 테다.
-ㅇㅇ아, 지난번에는 엘리베이터에 갇혔었잖아. 기억나지? 그런데 이번엔 현관문이 안 열렸네. 그래도 기다리면 엄마가 찾으러 오잖아. 또 하나 더 배웠네. 경험했네.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되었네.

아이는 이내 안정을 찾았고, 우리는 여느 때처럼 달리기 시합을 하면서 유치원으로 향했다.

어쩌면 나쁜 기억으로만 남을 일이었다. 처음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생채기를 남겼을 때처럼, 비 오는 날 물장구치다가 다 젖어버린 장화 속 양말을 벗을 때처럼. 그렇게 살다가 겪을 수 있는 흔한 일들 중 하나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큰일이 아니니 큰일이 아닌 것처럼.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아니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은 아니게.

아이는 매일 자라며 배운다. 오늘 아침 한 가지를 더 배웠고,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정신 똑 띠 차리자 #큰일이 아니어서 다행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