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짐승과 날짐승들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다 결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컴컴한 동굴 속에서 살게 된 박쥐의 이야기를 아십니까?
저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와 일본에 정착해 살고 있는 아주머니입니다. 들짐승 나라에 정착한 날짐승이라고 할까, 날짐승 나라에 정착한 들짐승이라고 할까…
저 같은 경우, 제가 가만히 있어도 주변 일본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제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인식시켜 준 덕분에 박쥐처럼 약삭빠르게 살 수도 없었고, 그래서 박쥐처럼 쓸쓸한 상황에 놓이지 않아도 되었지요. 아무튼 저는 날짐승 나라에 사는 들짐승 혹은 들짐승 나라에 사는 날짐승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당당하고 활기차게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희 부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지금껏 일본의 공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아이들이 뉴커머*로, 시간에 쫓겨 사는 맞벌이 부모를 통해 한국인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학교 교실에서 친구들과 구별되는 이름은 온전히 일본인이 될 수도 없는 명확한 한국인의 표식입니다.
이렇듯 한국인이라 하기엔 일본인 같고, 일본인 같다고 하기엔 한국인인 우리 아이들이야말로 박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박쥐들을 바라보는 엄마는 미안함과 애처로움, 불안과 걱정이 뒤엉켜 복잡한 심경입니다. 자신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부모로 인해 박쥐가 된 아이들이 어둡고 축축한 동굴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그것은 부모의 무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내세워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행동을 제시하는 것도 어린 박쥐들에게는 버겁겠지요.
”바르게 커야 할 텐데, 잘 크겠지…” 하는 믿음과 기원 속에서 박쥐들을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고 고민하는 것이 박쥐 엄마의 일상입니다.
여기 박쥐 엄마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들짐승도 되었다가 날짐승도 되는 박쥐가 아니라, 양쪽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박쥐이기에 가능한, 화해와 평화를 위해 행동을 할 수 있는 박쥐가 되길 간절히 간절히 기도합니다.
일본에서 생활하는 우리 모든 재일한국인 아이들이 한국과 일본, 양국 사이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키워야 할까? 해답 없는 질문을 반복해 가면서 우리 박쥐들을 믿고 지켜보는 것, 이것이 박쥐 키우기의 가장 어렵지만 바른 길이라 되뇌어 봅니다.
*뉴커머(New Comer) :일본 학교의 현장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문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재일교포 아이들로만 생각하지만 일본에서는 80년대 이후 외국에서 살다 귀국한 일본 아이들과 일본인 혼혈아, 그리고 해외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외국인 자녀들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이다. (https://m.news.eduhop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