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영철 Francis Jul 26. 2022

나는 자유인인가?

밤이면 밤마다...

선이 그어졌다.


그 그어진 선 때문에 경계가 생겼다. 경계는 나뉨을, 이별을 의미한다. 인간은 살면서 선의든 악의든 무슨 이유든 간에, 선을 긋고 경계를 만들며 살아간다. 어떤 선을 긋고 어떤 경계에 속하는 것으로, 옳고 그름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모른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것이 치유될 수 있고, 망각할 수 있을지 혹은 그것이 일시적일는지, 영구적일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선도 긋지 않고 경계에도 속하지 않는 자유인으로 산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잘라 주면 슬픔이 따른다.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길게 늘여 주어도 괴로움이 따른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생각하고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생각일 뿐이다. 학의 다리와 오리의 다리는 있는 그대로가 가장 자연적 본성이고 덕스러운 것이다. 중국 송나라 때 철학자인 장자의 말이다.


자연적 본성과 덕을 거스르면 아픔과 괴로움이 뒤 따르고,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심성에서 기인한다는 말이다.


선과 경계 그리고 생각과 행함에 있어서의 취사선택은 결국은 <자유의지>다. 자유의지는 하느님조차 인간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음을, 아니 허락함을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통해 우린 잘 알고 있다.


나는 요즘 이 자유의지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게다가 홀로 있을 때면 오만가지 이런저런 생각에 자주 넋을 놓는다. 이런저런 생각들은 그런저런 것들과 우연히 조우했을 때, 더 유난스럽다.


지나가는 차를 보다가, 한 때는 낮 익은 장소였던 곳을 지나가다가, 특정 음식을 먹다가, 버릇이 된 말투로 말하다가, 어떤 노래를 듣다가...


며칠 전 기타를 만지작 거리며 악보집을 뒤지다 남성 듀엣 <해바라기>의 노래를 부르며 상념에 빠졌다.

Em   B7   B7   Em...


암울한 이 한밤에 잠 못 이루고 홀로 앉아

지나 가버린 일을 헤아려 보네,

가슴 아픈 일을 헤아려만 보네,

꿈에 모습 그대로, 꿈에 진실 하나로

지금까지, 지금까지 살아가는데. 나는, 나는 철없는 나는 자유인인가


지금의 내 벌거벗은 몸을 노래하는 듯했다. 노래를 부으며 아직도 무뎌지지 못하고 있음에 울컥한다. 명치끝이 아리다. 기억들을 떨쳐 버리려고 격하게 도리질해보지만 여의치 않다. 숨을 곳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지만, 잠 못 이루는 밤엔 달빛 가린 구름 할퀴고 간 바람을 향해 손짓해보지만, 그곳을 찾을 수도, 그 바람을 만날 수도 없다.


선과 경계나 슬픔이나 괴로움도 결국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애써 부정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밤이면 밤마다 자유인을 꿈꾼다.

                     어느 날 밤, 경주 보문 호수 하늘에 뜬 달과 떠있는 열기구... 묘한 앙상블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도 화장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