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영철 Francis May 23. 2022

네이밍

장유유서의 진짜 의미?

성이든 이름이, 직업이나 직위 든... 함께 붙으면서 가끔 엉뚱한 웃음을 자아낸다. 나만해도 그렇다. 나는 고 교시 절 이과였다. 부친은 내가 의사가 되길 바라셨다. 그래서 나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이과를 갔지만 대학은 문과에 입학했다. 이유는... 내가 의사가 되면 남들이 닥터 장이라고 부를 텐데, 그걸 우리말로 하면 장의사...??? (곧 죽어도 공부 때문에 의대를 포기했다고 이실직고 안 할 거임)     


옛날 같이 근무하던 편집부의 기자 성이 주 씨였다. 그를 부를 때마다 늘 곤혹스러웠다. “어이, 주 기자!” (죽이자)ㅠ. 몇 년 뒤 다른 회사로 옮긴 그를 필드에서 우연히 만났다. 명함을 받고 보니 차장으로 진급했다... ‘주 차장’ ㅠㅠ. 웃음을 참느라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내 어릴 때 우리 엄마가 처음 담임을 만나 인사할 때 우리 선생님 졸도했어요.”     

“저... 선생님 반, 주군 엄마예요” (죽은...) ㅠㅠㅠ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젊은 날 다녔던 회사는 잡지별로 편집장이 기자들과 함께 각각 월간지를 만드는 시스템이다. 어느 날 편집 마감을 끝내고 A 잡지 유모 편집장과 B 잡지를 책임진 내가 팀대 팀으로 회식을 하러 갔다. 맛있는 별미 안주가 나오자 서로 먼저 먹겠다는 직원들에게 내가 일갈했다. “장유유서!” 내 호통에 나보다 한 살 많은 유 편집장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그때 내가 유 편집장에게 온화한 표정으로 짜증을 냈다. “허... 장 씨가 유 씨보다 순서에서 먼저라는 <장유유서>라는 고사성어도 모르남?”     


10 수년 전 이야기다. 영천 나자렛마을에서 봉사를 마치고 경주로 귀가하는 차에 5명의 레지오 단원이 함께 했다. 차창 밖에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오늘 함께 못한 (요즘은 냉담 중인) 단원 김비오였다. 내가 말했다. “비오니?” “그래 비 오다. 오늘 고생했...” 내가 물었다. “아니, 지금 경주에 비 오냐고?” 내가 다시 물었다. “비오니?” “응... 비 안 오고 있어” 내가 또다시 물었다. “아니, 목소리가 잘 안 들려... 너 비오 맞냐고?”  그때 그 차는 경주로 들어오자마자 동대 응급실로 향했다. 단원 두 사람의 빠진 배꼽을 찾지 못해서...     


이름에 관련된 에피소드 몇 가지.     


요즘 중형차의 대표 주자는 쏘나타다. 그러나 그 차가 1985년 처음 출시되었을 때 이름은 소나타였다. 고급지게 4악장 형식의 악곡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판매가 영 시원치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차 이름에 대한 시중 인식이 좋지 않은 것도 한몫을 했다. 소나타는 ‘소나 타는 차’다, 라는. 곧바로 현대는 소나타를 쏘나타로 개명을 했고 지금은 베스트셀러 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엔 아니라고 한다- 이름 때문에 단종된 차도 있다. 기아의 아벨라가 그 차다. 당시 결혼 안 한 여자 고객들은 절대 사면 안 된다는 소문의 진상은, 아벨라는 ‘아기 밸라(임신할라)’의 줄인 말이라는 것이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소문이 그렇다.     


이름 때문에 뜻하지 않은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자양강장제 박카스. 그동안 대부분 동남아 국가들에서 인기인 이 제품이 유독 베트남에서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축구 영웅 박항서 감독 때문에 졸지에 베트남 국민 음료가 되고 말았다. 박카스, 박항서... 유사 발음 때문이다. 이름은 잘 짓고 볼 일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친구가 대전에 있는 모 대학 학과장이다. 그 과의 교수 중 한 사람이 이름이 변보기다. 주위 시선에 좀 당황스러운 이름이지만 본인은 이름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단다. 자기 이름을 한번 들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절대 잊을 수 없으니 최고의 마케팅이라며 엄지 척. 콜라 병 따는 소리를 만들어 펩시콜라 미국 본사로부터 백지수표를 받은 음향의 달인 김벌래도 그런 이유로 개명하지 않았다고 하지 아마?     


“신랑 육영수 군과 신부 박정희 양은...” 1950년 말 대구 계산성당 결혼식에서 그들을 잘 몰랐던 당시 대구 시장의 주례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실화다. 하필이면 신랑 신부의 이름이 여성과 남성 같아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물론 그날 그 주례사 때문에 사람들이 웃느라 계산성당이 한국전쟁 때도 안 갔던 금이 갔다는 에피소드도... 쩝.     


지난 주말 비가 내렸다. 혼자 칼국수를 먹으러 동천에서 내남까지 소문으로만 듣던 칼국수 집을 찾아갔다. <00 손칼국수> 촌스런 커다란 간판에 테이블도 몇 개 안되고 주차장도 없는 식당. 그러나 가격이 착했고 밑반찬도 배추김치 외 5가지나 됐으며 칼국수에서 나는 쑥 향은 별미였다. 그러나 배신감을 느낀 것은 면이 기계 면이었다. 식사 후 계산을 하면서 넌지시 "손칼국수가 아니네요",라고 말하자 주인 여자가 이렇게 말했다. “예? 제 성이 ‘손’ 씨인데요? 간판에 성 넣으면 안 되나요?” (헐... 간판의 그 손이 저 손이 아니고 그 손이었구나)     


                  최근에 만난 네이밍이다. 기만당한 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일출일까? 일몰일까?> - 어느 날 월포 해수욕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