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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철 Francis Jun 12. 2022

싸가지가 없다, 있다

안연을 보면서 요한을,  자로의 언행을 보면서 베드로를

중국 고전에 ‘사서오경’이라는 게 있다. 시차적으로 말하면 ‘오경 사서’가 옳은 표현이다. ‘오경’은 <시경, 서경, 주역, 춘추, 예기>를 말하는 데, 모두 공자와 관련되어 있다. 송(북송) 나라 때까지 이 ‘오경’은 유학의 교과서였다. 나라의 관료가 되고 싶으면 무조건 공부해야 했고 글 깨나 읽는 사람들(선비)의 필독서였다. 그 후에 주자학(성리학)을 집대성한, 송나라 때 주희에 의해 유학의 참고서쯤 되는 <논어와 맹자>에 주석이 달리는 등 다듬어지고, <예기>에서 따로 분류된 <중용과 대학>을 합해지면서 ‘사서’가 되었다. 그런데 현재에 오경보다 사서가 앞에 표기한 이유는, 사서가 오경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들 중에 ‘논어와 맹자’는 좀 읽어 둬야 될 것 같아 오래전에 <논어> 읽기를 마쳤고, 내친김에 총 7편(1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맹자>을 펼쳤다. (싸가지도 챙길 겸???) 그런데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사’를 좀 알아야 했다. 마치 단테의 <신곡>을 읽어 내기 위해 ‘그리스·로마 신화’ 등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중국의 역사는 보통 ‘3 황 5제’의 전설로 시작한다. 우리의 단군신화와 유사하다. 이어 ‘요순시대’로 이어지는 데,  임금이 자기 자식이 아닌 효성 깊은 순에게 임금 자리를 물려주고,  임금은 황하 치수에 공이 컸던 우에게 임금 자리를 물려준다. 이처럼 자기 자손이 아닌, 덕이나 능력 있는 사람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을, ‘선양’이라고 한다.


 임금은 국호를 (夏)라 하였고 후손들에 의해 왕위가 이어졌으나, 17대에 폭군  왕이 제후국인 (商, 후에 은허로 도읍을 옮겨 나라라고 부름) 나라  왕에게 쫓겨나 망하고 만다. 상나라도 30대  왕에 이르러 (周/ 나중에 서(西) 주로 불림)의 (  왕 그의 아들)  왕에게 망하고 만다.


* 그래서 중국 역사책을 읽다가 ‘걸주 시대’라는 말이 나오면 폭군의 시대를 의미한다. 야사에는 걸 왕은 말희와 주 왕은 달기와 (酒池肉林이 이때 생긴 말이다) 주색잡기를 하느라 나라를 말아먹었다고 전하고 있다. 하여튼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잊지 말 일이다.


무 왕에게는 주공이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그는 조선의 세조와는 달리 무 왕의 아들 즉 조카(성 왕)가 무사히 왕 위에 오르도록 도와준다. 후에 공자는 주공을 극찬하며 모든 사람(특히 황제나 대신 등)의 귀감이라고 자주 입에 올렸다. 오죽했으면 공자는 꿈속에서라도 주공 보기를 고대할 정도였으니... 주공은 요즘 말로 하면 공자의 멘토였다.


주나라도 12대 유 왕 때 포사라는 미녀에게 빠져, 국정을 소홀히 해 죽임을 당하고 만다. 그 뒤 낙읍으로 천도하는 데, 이때부터 동(東) 주 시대라고 불린다. 이 동주가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로 나뉜다. 이미 왕실의 권위가 떨어져 지방의 패자들이 등장해 천하를 다투었는데, 주 왕실을 인정한 시대가 춘추시대라면, 그 왕실마저도 무시한 시대가 전국시대였다.


이 혼란한 시기에 각 국의 통치자들은 서로를 견제하고 힘을 키우기 위해 (통치) 철학 등과 관련된 학문들을 크게 장려하는 데, ‘제자백가와 춘추 5패, 전국 7웅’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이 그 시기였다. 춘추시대에는 <공자, 노자, 손자 등> 전국시대에는 <맹자, 장자, 순자, 한비자 등>. 이들이 그 시대의 대표적인 사상가들이었다.


* 그 혼란의 시대에 ‘춘추 5패’는 [진(晉)/ 초/ 제/ 오/ 월] 나라를 이르는 말이고 ‘전국 7웅’은 [진(晉)이 분열된 (조/ 위/ 한), 진(秦)/ /연/ 제/ 초] 나라를 말한다. <아래 지도 참조>


푸른 글씨체인 <요,순,우,탕,문/무,주,공,맹>을 외워둬야 맹자를 읽기에 수월하다. 게다가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국가를 세운 진 시황제 직전까지의 중국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왕 중국 역사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면 진나라는 겨우 15년 만에, 후에 장기판의 ‘’으로 등장하는 초패 왕 항우에게 멸망당하고, 항우는 유방과의 전쟁에서 지면서 본격적인 한(漢) 나라 시대가 개막된다. 한나라 말에는 그 유명한 소설 삼국지의 무대가 되는 3국 시대가 열리고 위진 남·북조, 수, 당, 오대십국, 송(북송+남송), 원, 명, 청, 중화민국,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이어진다. 중국 역사의 큰 물줄기다. 역사 이야기는 이만큼 하자.


<맹자>를 읽어 내기 위해 주목해야 될 사람이 공자다. 공자를 알기 위해서는 그의 수많은 제자들 중에서 특별히 5명을 드려다 봐야 한다. 먼저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신약의 애제자 요한과 같이 스승의 사랑을 독차지한 안연, 재력가였고 베드로 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는 자로, 말솜씨와 정치적 수완이 좋았던 자공 등은 유학의 외면적, 형식적인 면을 강조했다. 그들의 사상은 성악설의 순자 그리고 한비자로 이어진다.


또 다른 제자 증자는 공자나 맹자처럼 ‘자’가가 이름 뒤에 붙은 정도로 학식이 뛰어났는데, 사서오경 중에 하나인 <대학>을 쓴 이가 바로 그다. 자사는 공자의 손자다. 그러나 요즘 시시비비가 되고 있는 누구누구 찬스 , 즉  할아버지 찬스로 제자가 된 것 같지는 않다. 엄밀히 말하면 자사는 증자의 제자였다. 하여튼 증자와 자사는 유학의 내면적, 정신적인 면을 지지했는데, 특히 자사는 성선설을 주장한 오늘의 주인공 맹자의 스승이기도 하다.


끝으로 중국 고대 3명의 유학자를 꼽으라면 공자, 맹자, 순자를 말한다. 그들의 사상을 한 마디로 정리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굳이 정리한다면? 공자에게 <>는 <>보다 더 근본적인 가치 덕목이었다. 반면 맹자는 <>와 <>을 동일한 본성으로 보았다. 그리고 순자는 다시 공자처럼 <>를 강조한 사상가였다.


자, 이 정도의 이야기들을 베이스에  깔고 첫 쪽을 열고 읽어보자. ㅠㅠㅠㅠ


                                                                       양혜왕(梁惠王) 上

                                                                                (1장)

孟子見梁惠王.
王曰, “叟! 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吾國乎?”
孟子對曰, “王! 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맹자께서 양 혜왕을 뵈었다.
왕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천리를 멀다 여기지 않고 오셨으니, 또한 내 나라를 이롭게 해 주실 수 있겠군요.”
맹자께서 대답하셨다. “임금께서는 어찌 꼭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다만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의>는  사람이 지켜야 할 5가지 덕목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그 인의를 말하는 거다. 이것은 군주든 평민이든, 사람이라면 모두 하늘로부터 받았다. (天命之謂性(하늘이 모든 사물에 준 것을 성이라 한다. -중용 1장 1절) 누구든 이것을 잘 수양하면 군자가 될 수 있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우리 조상들도 한양의 동대문을 興之門, 서대문을 敦門, 남대문을 崇門, 북대문을 弘門이라 했고 그 안에 보신각(普信閣)을 건립할 정도로 중히 여겼다. 그래서 <인의예지> 이 '사(4) 가지'를 모르는 사람을 오늘날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나무라고 있는 것이다. <맹자>는 첫 질의문답에서 우리는 벌써 싸가지가 생기기, 알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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