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영철 Francis Jun 15. 2022

읽기를 멈추지 말 일이다

인풋(input)이 많을수록 아웃풋(output)도 많아지기 마련

                            종종 책을 읽다가 두 가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나는 참 난감하다.


주말 내내 책만 들어다 보았다. 마치 토굴에 들어 가 면벽(面壁)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방에 가둬두고, 면서(面書)1)만 했다. 주로 전에 읽었던 것을 다시 읽는 재독(再讀) 위주였다. 사람마다 독서법이 다 다를 거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수정이 가능한 연필로 인상 깊은 글귀에 줄을 긋거나, 여백에다가 그때그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는 오래된 습관을 가지고 있다.


나중에 재독할 땐 그곳을 중심으로 그 인근을 훑어본다. 그러면 시간도 절약되고 이곳저곳 흩어져 있는 것들을 꿰맞춰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저런 생각들도 깔끔하게(?) 정리 된다. 이 독서법은 사물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고 이해의 폭도 깊게 해준다. 물론 나중에 어떤 주제에 관한 글을 쓸 때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지난 주 어떤 책을 읽다가 분명 내가 언젠가 읽고 줄을 쳐 놓은 것인 데 너무 낯설었다. 벌써 치매인가? 이게 첫 번째 난관이다. 기억이 나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 추정컨대 그 때 아무 생각 없이 줄을 쳤거나, 정말 치매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두 번째 난관은 이해가 더딘 책을 만날 때다. 그런 책 중에는 번역서도 있고 저작서도 있는 데 번역서는 그렀다 치더라도 독해가 더딘 저작서를 만나면 끙 소리가 절로 난다. 그래도 고집을 펴보지만 대개는 일단은 포기한다. 그리고 그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배경을 유튜브 등에서 챙겨 본다. 그러나 너무 의지하지는 않는다. 요즘 엉터리 유튜버들이 너무 많아 그냥 참고만 하는 편이다. 그런 다음 그 문제의 책에 다시 도전해 본다. 읽다가 아리송한 단어나 사건 등은 DAUM이나 NEVER의 힘을 ‘적당히’ 믿는다.2) 이 두 사이트가 내겐 백과사전 역할을 한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볼 수 있는 두 번째 난관은, 첫 번째와는 달리 해결책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래도 읽혀지지 않거나 읽기가 힘들면 포기한다. 그런 책 안, 아니 못 읽었다고 내 삶이 불편하거나 꼬이지 않는다는 게 내 평소 지론이다. 마치 활자 중독증에 걸린 듯이, 며칠 전 대구 ‘목요철학 인문포럼’에서 보내온 <르네상스와 근대 인문정신> 강연 원고도 읽어내는, 내 자존심이 좀 구겨질 뿐이다. -내용이 너무 어려 워서-


참, 백과사전을 말하다 보니 전설의 <브리태니커 대백과사전>이 문득 떠올랐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첫 인쇄본이 나온 이후 20세기 초반 판권이 미국으로 넘어갔다가, 인터넷에서 사용하기 편하고 간편한 웹 사이트들의 대거 등장으로, 지금은 인쇄본이 중단된 상태다.3)


한 때(1980년 이후?) 브리태니커는 자녀들의 교육열에 관심이 많은, 이 땅의 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여권이나 되는 사전의 가격이 당시 돈으로 1백 여 만원이나 해, (내 기억이 그렇다?) 말 그대로 화중지병, 그림의 떡, 아니 화중지서(畵中之書), 그림의 책이었다. 그래서 자녀 교육용보다는 전시용으로 더 많이 팔렸다고 한다. 회사 회장님 서재에 전시된 20여권의 브리태니커 사전들,4) 확실히 폼이 나긴 났었다.


재미있는 일화는 요즘 국내 30대 그룹 안에 속하는 <웅진> 그룹의 윤석금 회장이 1980년에 한국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세일즈맨 출신(월부 책장사?)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곳에서 대단한 판매실적으로 월급보다 훨씬 많은 판매수당을 챙겼던 그는, 얼마 뒤 퇴사해 자신의 출판사를 차린다. 이후에 정수기 등 이런저런 사업에 손을 대, 성공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들었다.5) 그는 자수성가한 사업가 중에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말이 아니 글이 옆으로 샜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첫 번째 든, 두 번째 든,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읽기를 즐기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많이 먹으면 살이 찌듯이, 인풋(input)이 많을수록 아웃풋(output)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즉 많이 읽으면 글쓰기가 수월해 진다. 읽은 글들이 자기 머리 어딘가 쌓여 있다가 글을 쓸 때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소싯적에 태권도 같은 것을 배운 사람은 나이가 들어 어떤 위급한 사항에 빠졌을 때 자기도 모르게 몸이 그 위험에 대응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다. 잠시만 몸을 움직여도 몸에 땀이 밴다. 이럴 땐 어디 시원한 곳으로 찾아 가, 남 보기에 폼 나는 책 말고 평소 즐기거나, 읽고 싶은 책을 읽어보자. 그래야 더위도 피하고, 다 읽어 낼 수 있다. 얼마 전 성당 지인이 십 수 년 전 소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읽기를 망설이는 것을 보았다. 내가 의아해 물으니 교황청에서 그 책의 내용이 성모 마리아 모독과 관련되어 있어 읽지 말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란다. 글쎄... 소설은 허구고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날씨에 상관없이 읽기를 멈추지 말 일이다. 사람들과는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덜 만나더라도, 몇 권의 책으로 이 흉흉함을 견뎌 보자.


1) 이런 단어는 없다. 내가 만든 조어(造語)다.

2) 며칠 전 어떤 글을 읽던 중, 중국의 ‘동북공정’이 계속 도마에 오르는 데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 때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연결해 궁금한 것들을 해결했다. 우린 참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도 적당한 선은 유지해야 한다.

3) 1768년 첫 인쇄본이 나온 지 244년 만인 2012년에 종이된 사전이 중단되었다.

4)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유명한 영화 대사처럼. 회장님 曰 “나, 이런 책 읽는 지성 있고 돈 좀 있는 부르주아야!”

5) 웅진은 충남 공주의 옛 이름이다. 윤석금이 그 곳 출신이다. 그는 영업수완이 좋아 초고속 승진을 했고 책이 워낙 고가라 수당도 엄청 받았다고 전해진다. 브리태리커가 지금의 웅진그룹의 단초가 된 것이다.

<이책은 요즘 중고 서점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작자 표시컨텐츠변경비영리  

댓글3추천해요0


스크랩0

매거진의 이전글 blue & Blu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