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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철 Francis Jun 27. 2022

미학(美學)

며칠 전(25일) 김지하의 49재였다

1970년 20대 후반의 김지하가 담시(譚詩) 형식의 <오적>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러자 박정희 정권은 그를 북괴의 선전에 놀아난 불순분자로 체포해, 반공법으로 구속시킨다. 시는 별것도 아니었다. 다섯 명의 적, 즉 그 때나 지금이나 기득권자(재벌,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장성, 정부 각료)들의 부정부패를 젊은 시인이 너스레와 야유와 호통을 치며 조롱하고 비판하는... 그래도 요즘 시중에 나도는 언어폭력에 비하면 양반에 속하는 표현(시)이었다.


어쨌든 그 이후로 그는 독재정권의 눈엣가시가 되었지만 당시 젊은이들에게 레전드가 되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는 뒤틀린 변절을 한다.  -그의 대학 선배인 정 모 시인에게, 내가 직접 물어보니 고문 후유증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의 이름은 우리들의 레전드에서 지워졌다. 하지만 그의 장모는 지금도 한국문학사에 레전드로 추앙받고 있다. 장편 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바로 그의 장모다. 그러나 분명 나도 한 때는, 그의 시집을 몰래 숨어서 읽고 김지하를 경외한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 전 10권>라는 책이 있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우리의 전통문화의 가치를 독자들에게 재인식시켜준 책이다. 20여 년 동안 누적 판매부수 380만, -2022년 지금은 더 많이 팔렸을 거다- 명실상부한 한국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다. 작가는 문화재청 청장을 역임한 유홍준이다.


개인적으로 술이라도 한잔하게 되면 읊조리는 시가 몇 개 있는 데 그중 하나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시다. 시인 황지우가 썼다. 1983년 그의 첫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가 세상에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당황했다. 시인이 이 시대에 대해 토해낸 격렬한 풍자와 야유, 질타와 환멸, 냉소와 자기 연민이 일반인이 보기엔 불경스러울 정도였다. 어쨌든 그래도 문단에서는, 그를 198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학의 오디세이 - 전 3권>의 저자는 전(前) 동양대 교수였던 진중권이다. 이 책을 읽은 이가 서양 미술사와 철학사 그리고 종교사를 베이스에 깔고 있다면, 보다 수월하게 읽어 낼 수 있다. 한번 일독할 만하다. 이 사람은 책으로 만나면 참 좋은 데, 요즘 아침저녁으로 피아 구분 없이 쌈닭처럼 설전(舌戰)을 해대는 방송으로 보면 참 불편하다... 나만 그런가?


전 세계의 K-Pop의 아이콘이 된 방탄 소년단을 만든 회사의 대표인 방시혁. -몇 년 전이나 오늘이나 사실 나는 BTS에 관해 여전히 잘 모르고 있다. 단지 국내보다도 해외에서 더 인기가 있다는 정도?- 그리고 또 일반인들에게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대한민국 문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예술의 전당 사장, 국립현대미술관장, 국립 민속박물관장 등등- 적지 않은 문화 권력자들...


이들의 공통점은 사물(대상)을 보는 시각이 보통사람들과 달리 독특하다는 거다. 시쳇말로 삐딱하고 반항적이라는 거다. 김지하, 진중권 등이 그렇다. 또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황지우의 시와 유홍준의 평론은 분명 다른 이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색이 묻어난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서울대에서 미학(美學)을 전공했다는 거다.


어린 시절에 나는 김지하가 미학과 출신임을 전해 듣고 상대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미학과? 구체적으로 동양화야, 서양화야?) -무식하면 입을 닫고 있는 것이 상책이거늘 - 그 후 나는 그 미학과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서울대에만 있고 홍익대에는 대학원 과정만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기서 말하는 미학이란, 미술이라는 단일 개념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성적 인식에 비해 한 단계 낮게 평가되고 있던 감성적 인식에 독자적인 의의를 부여...” 말이 어렵다. 쉽게 말하면 이 미학은 우리가 아는 그 철학의 일종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예술 철학’ 정도라고나 할까?


갑자기 이렇게 미학에 대해 끄적거리는 이유는 김지하의 소식을 전해 들으며  우연히 이들의 공통점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변희재라는 사람도 그 학과 출신이다. 요즘은 좀 잠잠한데 얼마 전에는, 삶 자체가 언어폭력으로 무장한 노이징 마케팅 자체였다. 개심했나 봤더니 그렇지 않다. 다만 매체에서 그를 더 이상 다루지 않기 때문 조용히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


그 대학 출신들의 세 번째 공통점은 늘 시끄러운 화제를 불러일으킨다는 거다. 반체제 아이콘이었던 김지하, 유홍준 평론가, 황지우 시인, 진중권 -이제 교수가 아니니 뭐라고 불러야 하나?- 방시혁 등...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변 모는 내가 말하는 관심과는 다른 것이라 여기서는 빼기로 했다.


지난 주말 김지하의 49재였다. 동시대를 살면서 한 때는 '타는 목마름으로' 같은 시선을 가졌지만, 훗날 '변절'이라는 갈림길에서 나와는 영원히 타인이 되어버린 사람이다. 호랑이는 가죽을 사람은 이름을... 그의 장례식장은 생각보다 많이 허전했다고 전해 들었다. 어쩌겠는가?


  울주군에 소재한 진하해변이다. 그 칼날 같은 추위 속에서도 해는 떴다. 삶도 그렇다. 분명... 옳은 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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