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만 하면 비가 오는 이유?

머피와 샐리 그리고 줄리의 법칙

by 장영철 Francis

차를 세차할 때 보통은 셀프 세차장에서 물만 뿌려준다. 닦지도 않는다. 그래서 3분이면 충분하다. 어제는 약속 시간 전에 여유도 있고 해서 30분이나 걸리는 롱 타임 세차를 했다. 고압수로 예비 세차를 하고 Car Wash(거품) 후 헹굼, 그리고 드라잉. 거금(?) 4천 원이나 들었다, 땀도 좀 흘리고.


거품 솔로 차 구석구석을 닦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잠시 작업을 멈추고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그 생각을 적으려고 하는데 메모지가 없었다. 거품을 잔뜩 입고 있는 차 문을 열어 메모지 찾기가 귀찮았다. 떠오른 그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있다가 거품을 씻어낸 후, 차에 들어가 메모지를 찾고 나니, 이번엔 펜이 보이지 않는다. 거품 솔질을 하다가 어딘 가에 흘린 것이다.


차에서 내려 세차장 바닥과 차 밑을 훑어 펜을 찾아 메모지에 그 생각을 적으려고 하는데, 이번엔 그 메시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그 새 잊어버리고 말았다. 나이 탓인가? 무슨 머피의 법칙도 아니고... 며칠 전에도 어떤 책의 한 구절을 확인하기 위해 어렵게 시간을 내 도서관에 갔더니만, 하필 대여중이라 해서 황당했는데.


얼마 전에도 그랬다. 택시를 타고 늦은 밤 황성동에서 동천동까지 가는데 신호등이란 신호등에 다 걸렸다. 게다가 두 군데를 걸치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선 자전거와 승용차가 엉켜 시간을 소비했다. 마지막 네거리에서도 또 빨간 신호등. 기사 아저씨도 미안했는지 목적지에 도착하자 몇 백 원을 깎아 주기까지 했다.


A라는 사람을 만나면 편하다. 내 목소리도 안정되고 말의 논리도 크게 엇박자를 내지 않고, 만난 자리가 즐겁고 헤어져도 여운이 남는다. 하지만 B라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자주 일이 꼬인다. 처음에는 우연이겠지 했는데 그를 만나러 갈 때 두 번이나 접촉 사고가 있었고, 만나서 하는 일은 자꾸 엉켰다. 같이 있는 시간이 불편하고 자꾸 시계만 보게 된다.


어떤 도구가 필요해 창고를 뒤지다 찾지 못해 새것을 사자마자, 찾던 도구가 집안 다른 곳에서 눈에 보이는 황당함. 전화하기가 껄끄러운 사람에게 하필이면 스마트 폰을 잘못 눌러 전화를 걸게 된 난처함.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일일수록 어찌 그리도 잘 일어나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겨울 혹한의 새벽 수영. 추첨 운이 좋아서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잘 다녔는데, 가장 수영하지 좋은 시절인 이 한여름 추첨에서 떨어져 새벽 수영도 다니지 못하는 요즘... 싫다. 어제 오후 마트에서도 그랬다. 짧은 줄 계산대에 섰는데 길었던 다른 쪽 줄이 더 빨리 줄어, 피식 웃음 나게 했던 일. 한 줄 서기 하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들어 가 보지는 못했지만 요즘은 휴게소 여성화장실은 한 줄 서기 한다고 하지 아마?


<운 7기 3>이라는 말이 있다. 사진 출사를 가서 좋은 장면을 만날 운이 7이라면, 기술은 3이라는 말이다. 좋은 사진 -세상에 좋은 사진이라는 건 없다- 아니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항상 강조했던 말이기도 하다.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그 공간에서 어떤 인물이 어떤 구도를 형성하기까지, 그 절묘한 순간을 기다려서 하나의 완성된 완벽한 이미지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요 며칠 핑크 뮬리를 찍기 위해 돌아가는 길이지만 일부러 출근 때 첨성대 인근을 둘러보고 간다. 가을이 되어서야 핑크 빛을 머물기에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빛 받아 이슬을 머금은 그린 뮬리>를 찍기 위해서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이슬이 없고, 이슬이 있으면 빛이 없다. 그렇다고 출근길에 마냥 인내심을 발휘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보니.


최근 일상에서 이런저런 스크래치가 나고, 되는 일이 없어 부정적인 맘에 화가 나, 기죽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거다.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라고 억지로라도 스스로 위로했다. 그런데 그렇게 위안을 삼다가도 오늘처럼 종일 장대비가 오고 있으면 또 찝찝하다.


왜 내가 세차를 하면 그날이나, 그다음 날 꼭 비가 오는 걸까?

내 삶에 머피의 법칙이 끼어드는 게 싫다. 샐리의 법칙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 줄리의 법칙이 다가오면 금상첨화겠지만!



蛇足>

우리는 살면서 3가지 법칙과 자주(?) 만난다고 한다.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은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꼬이기만 하는 현상을 말하다.

샐리의 법칙(Sally’s law)은 우연히 좋은 일만 연속해서 일어나는 현상.

줄리의 법칙(Jully’s law)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일은. 예상치 못한 과정을 통해서라도 필연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필연적이라는 말이 참 좋다. 줄리의 법칙은 우리에게 익숙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과 동의어다. 그 말과 자주 만나고 친해지고 싶은 요즘이다.


<이슬 머금은 핑크 뮬리> 하지만 이 사진이 마음에 안 드는 이유

1) 조리개를 1~2 스탑 더 조여야 했다. 첨성대가 너무 흐릿하다. 2) 우측 상단 나뭇잎이 없으면 더 좋고. 물론 포토샵으로 삭제하면 되긴 되지만. 3) 결정적으로 사진에 이야기가 없고, 하고자 하는 말이 없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 첨성대 인근에서 찍음 - 인내심 부족인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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