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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나 Sep 22. 2023

애니메이션을 쓰는 마음<7>
(스포주의)

7화. 케이온!-2


해당 글에는 애니메이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들에게 감상을 권하며 애니메이션을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스포일러가 상관없으신 분들만 읽어주세요.


가능하다면 유튜브에서 케이온 플레이리스트를 들으시며 읽어주세요.




 지난 화를 마무리하며 유이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다는 말을 했지만 이번 화는 유이보다는 주로 다른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케이온에서 히라사와 유이가 가장 주인공격으로 중심이 되어 나오는 것은 사실이나 케이온의 주인공은 ‘방과 후 티타임(HTT)’ 멤버들 모두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유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케이온을 다 썼다고 하는 것은 케이온에 대한 엄청난 실례가 아닐까.(<-코난 쓸 때 주인공도 아닌 후루야 레이 얘기만 주야장천 쓰고 끝낸 사람….(다음에 코난 또 쓸 겁니다….)) 그래서 이번 화에서는 유이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둘 이야기해볼까 한다. 물론 의무적인 씀이 아니고 유이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 역시 많이 사랑하고 있고 그에서 나온 글임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타이나카 리츠

 

 첫 번째로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은 리더! ‘타이나카 리츠’이다. 드러머이자 리더인 리츠가 없었다면 ‘케이온!’은 사실상 시작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쿠라가오카 고등학교(극 중 내 주인공들이 재학 중인 고등학교)는 기존에 있던 경음악부가 본래 부원들이 모두 졸업하고 인원이 없어 폐부 된 상태였는데 리츠가 적극적으로 밴드를 하겠다며 경음악부를 살린 것이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의 매력을 굉장히 잘 살린 케이온인 만큼 밴드원들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제각기 다양한데 리츠는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털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옷을 입는 것에서부터 그런 리츠의 털털한 성격을 알 수 있다. 치마 안에 셔츠를 넣고 마이 단추를 잠근 단정한 모습이 아닌 셔츠를 다 빼입은 모습. 사복도 치마보다는 바지를 입는 모습을 주로 찾아볼 수 있다. 머리 역시 늘 머리띠로 머리를 깔끔하게 올려서 머리카락으로 인한 불편함이 없는 모습으로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털털한 성격인 만큼 섬세함은 조금 부족한 편인데 그것이 드럼이라는 악기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베이스나 기타 같은 경우에는 손가락을 섬세하게 움직여야 하니까. 또한 리츠가 밴드를 결성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미오와 중학교 때 텔레비전으로 공연을 보고 반한 덕분인데 공연 속 드러머의 파워풀한 연주가 털털한 성격의 리츠의 마음에 쏙 와닿은 게 아닐까 싶다. 이런 리츠의 털털한 성격은 밴드의 리더로서의 면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털털하지만 섬세하지는 못한 리츠는 그렇게 신나서 준비한 공연의 신청서를 내는 것을 까먹어서 공연을 못할 뻔하는(…) 털털… 하기보단 덜렁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리츠가 언제나 주변 인물들의 도움만 받는 것은 아니다. 리츠가 주변 인물들에게 맡고 있는 역할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리츠가 리더인 것이다. 

 털털하고 섬세하지 못한 것이 꼭 = 추진력이 있다던가, 리더십이 있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다. 털털하고 섬세하지 못한 것과 별개로 무언가 결정하거나 남들을 통솔하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섬세한 사람들 중에도 이것저것을 많이 고려하느라 결정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이것저것을 많이 고려해서 더욱 많은 이들을 만족시킬만한 결정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츠는 털털하고 섬세하지는 못하지만 그 성격의 장점으로 추진력과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많은 고민을 하기보다는 우선 시작하는 스타일이고 본인 스스로 부장을 강력하게 하고 싶어 할 정도로 남들 앞에 서거나 이끄는 데에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리고 까탈스럽지 않고 쾌활한 성격으로 실제로 섬세하게 일처리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남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부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독특한 부원들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어쩌면 섬세하지 못하다는 말을 단점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말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러나 털털하다는 말은 또 그리 단점처럼 느껴지지 않지 않은가. 사실 털털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섬세하지 못한 편이라는 점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무조건은 아니지만 어떠한 성격들을 형성하는 어떤 성향들이 주로 또 다른 이러한 성격으로도 나타나기 쉬운 일이 많을 것이다. 섬세하다는 것도 굉장한 장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또 섬세한 사람 중에는 예민하다거나 까탈스럽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또 이런 말들은 마냥 좋게 들리는 말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앞서 이렇게 이야기 한 예에 포함되지 않는 털털하지만 섬세하다거나 섬세하지만 예민하진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면면에도 조금만 다른 쪽에서 들여보면 장점이 단점으로, 단점이 장점으로 보이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겠지. 나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리츠를 볼 때면 이런 점들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때로는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리츠의 면모가 때로는 얼마나 큰 장점으로 발휘하는지 케이온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이 리츠에게도 다양한 면모가 있는데 이번 글에서 리츠에 털털한 면을 주로 얘기하고 섬세한 부분이 조금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리츠에게도 섬세한 부분 또한 존재한다. 그러니 다양한 면모를 애니메이션에서 또 찾아보셨으면 좋겠다.


아키야마 미오


 리츠에 이어 다음 타자로는 리츠와 소꿉친구이기도 한 '아키야마 미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미오는 리츠와 소꿉친구이기도 하지만 리츠와 정 반대되는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다. 정 반대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미오의 옷차림에서부터 볼 수 있다. 늘 셔츠를 빼서 입고 마이 단추를 잠그지 않는 자유분방한 옷차림의 리츠와는 달리 미오는 늘 마이 단추를 꼭꼭 잠그고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교복차림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리츠는 털털하고 비교적 섬세하지 못한 성격이라면 미오는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고 또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이다. 성적이 안 좋은 리츠와는 달리 공부도 굉장히 잘하고 섬세하게 손을 움직이는 것을 힘들어하는 드러머인 리츠와는 달리 손으로 악기를 섬세하게 연주하는 베이시스트다. 베이스뿐만 아니라 서브보컬로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그렇지 메인 보컬인 유이와는 다른 조금 어른스럽고 낮은 목소리가 매력적인 보컬이다. 게다가 주로 밴드의 자작곡들의 작사를 담당하는 작사가이기도 하다. 

 앞서 리츠를 이야기하며 성격의 장단점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미오는 성격의 장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것이 일반적인 기준을 넘어설 정도로 상당한 편이지만 또 성적이 전교권(!)에 들 정도로 성실하다. 그러나 케이온에서 좋은 점들은 이러한 장단점들이 마냥 장점과 단점으로만 느껴지도록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오는 본인 스스로는 소심한 성격 탓에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고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지만 오히려 그런 미오의 모습을 귀여워하며 팬클럽이 생길 정도이다.(예쁜 외모로 그려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을 그 사람의 개인적인 특성이자 매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으로 볼 수도 있는데 케이온은 그렇지 않다. 장점으로 혹은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는 어떤 부분들을 마냥 찬양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매력으로 승화한다. 이전 화에서도 이야기했었지만 나는 케이온의 이런 면이 누군가는 너무 캐릭터성에 치중했다고 할 수도 있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배제한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좋아한다. 현실에서 개개인의 장단점을 가지고 무조건 찬양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현실적인 것이 아닌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에 대한 문제를 그려내는 작품도 뛰어난 작품이고 케이온과 같은 애니메이션들이 이에 대한 문제를 외면한다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른 면의 효과를 이야기하고 싶다. 이전에 이야기했듯이 이러한 세상을, 누군가의 장점을 마냥 찬양하지도, 누군가의 단점을 마냥 비난하지도 않으며 개개인의 매력으로 여겨주는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주는 안도감을 말이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가상의 세계이지만 이러한 세계가 재현되어 있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누군가는 이러한 세계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 내 생각이 백 프로 틀린 생각이 아니며, 나만 이러한 생각을 꿈꾸고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며, 그러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이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이 그러하듯 나도 그렇게 살아가도 되겠구나 하고 말이다. 이 가치관을 지켜가며 살아가도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이 잘 살아가고 있으며 이런 애니메이션이 명작으로 여겨지고 만든 사람들이 거장으로 존경받으며 살아가듯이 나 역시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고 위로를 받는 것이다.



 

 다시 미오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미오와 리츠는 정반대의 사람으로 그려지는데 신기하게도 소꿉친구이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 일반적으로 언뜻 생각하기에 둘이 잘 맞지 않는다 여길 수도 있는데 미오와 리츠는 서로가 함께하며 더욱 시너지를 내는 건강한 관계로 그려진다. 물론 미오가 어릴 적 안 그래도 소심한 미오에게 리츠가 섬세하지 못하게 소리친 말에 미오가 더 소심해졌다는 에피소드가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뒤에 리츠의 조언 덕분에 미오가 발표를 잘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중학교 때 리츠와 공연을 보며 벅찬 마음에 밴드를 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처음에는 경음악부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던 미오가 밴드에 들어가서 공연까지 해낼 수 있게 된 데에는 리츠의 역할이 크다. 미오는 재능이 많은 친구이고 그 재능을 성실이 쌓아 올려 빛낼 줄 아는 사람이지만 극도로 소심한 성격 탓에 아마 리츠가 없었다면 도전하지 못했을 일도 분명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리츠 덕분에 많은 일에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었다. 반대로 리츠는 또 어떤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공연 참가서를 내는 일조차 까먹고 하는 리츠를 챙겨주는 것은 바로 미오이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함께 살고 있다. 너의 단점은 나의 장점이 채워줄 것이고 나의 단점을 너의 장점이 채워주니 우리는 완벽해진다. 단점을 극복하려는 것도 좋고, 나의 단점이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분명 고쳐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우리는 단점에 좌절하기보다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바로 미오와 리츠처럼.

 그리고 미오와 리츠의 이런 우정 서사는 사실 덕후들에게는 환장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둘의 관계성만으로도 덕후라면 좋아죽을 수밖에 없지만 더욱 환장할 수밖에 없는 지점은 철없는 리츠-어른스러운 미오의 캐릭터성이 뒤집히는 순간이다. 때로는 철없지만 때로는 멋진 리더인 리츠-어른스러운 것 같지만 겁 많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미오의 관계는 덕후의 심장을 울린다. 특히 케이온에서는 그런 모습들을 덕후들이 환장하는 형태로 그려냈는데 특히 미오의 요소들이 그렇다. 앞서 설명한 어른스럽고 성실한 평소 모습도 매력적인데 그런 어른스러워 보이는 미오가 귀신을 과하게 무서워하여 현실 도피를 해버린다거나, 평소에 이성적으로 보이는 미오는 왼손잡이인데 그 덕에 왼손잡이용 악기를 보면 눈이 돌아가버려 어린아이처럼 군다거나, 작사 스타일이 엄청 귀엽다거나, 의외로 체중 관리를 해서 단 걸 좋아하는데 자제하는 거라던가 하는 요소들이 덕후들을 미치게 한다. 실제로 작품 내에서도 팬클럽이 크게 존재하는 데다가 설정이 얼굴도 미인이고 몸매도 좋은 설정이라 덕후들아 좋아해라! 를 담아 만든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긴 하겠다. 실제로 작품 내외로 인기가 많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미오의 평소의 어른스럽고 성실한 모습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겁이 많은 갭모에 요소도 굉장히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모습은 그런 미오가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츠를 포함한 밴드 멤버들에 힘입어 도망치지 않고 그것을 이겨내는 모습이다.


코토부키 츠무기


 그다음으로 이야기해 볼 캐릭터는 바로바로 ‘코토부키 츠무기’이다. 부잣집 아가씨인 무기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등장하는 ‘부잣집 자녀’의 전형적인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다. 용모단정, 조기 교육, 평범한 삶에 대해 동경하는 모습, 순수한 모습 등 같은 것들 말이다. 밴드에서 키보드를 담당하고 있는 무기는 무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서 콩쿠르에서 입상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실력자이다. 게다가 ‘방과 후 티타임(HTT)’의 곡들을 모두 무기가 작곡을 한 곡들이다. 음악에 대한 감각과 실력이 상당하다. 그런 무기는 처음 합창부에 가입하려고 음악실을 찾던 것이었는데 리츠의 권유에 재밌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이유로 밴드에 가입하기로 결정한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는 애니메이션 속에서 주로 그리는 부잣집 자녀의 독특하면서도 순수하고 평범하지 않은 사고를 통해 결정하는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무기를 볼 때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우리가 바라는 삶의 모습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부잣집 자녀라는 것에서부터 물론 그렇겠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물론 그 요소를 바탕으로부터 시작된 것인 요소들이 많겠지만 단순히 무기를 부잣집 아가씨이기 때문에 부럽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부잣집 자녀를 생각할 때 생각하는 모습이 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특히 무기와 같은 순수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그렇지만 착한 부잣집 자녀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야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니 가장 일반적이고 대표적인 설정일 수밖에 없긴 하겠다. 무기는 그런 면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규모가 나오지는 않지만 엄청난 부잣집 아가씨로 나오고 말투도 조근조근, 용모 단정에 어릴 적부터 교육을 잘 받고 자란 게 티가 난다. 그러나 돈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거나 티 내지 않고 오히려 특별해 보이는 것을 싫어하고 일반적인 삶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리고 실제로 홈 센터라는 DIY용품을 파는 대형 쇼핑몰에 가서 저렴한 생활용품들을 보며 좋아하기도 하고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시작하여 알바 활동 하나하나를 다 감격스러워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매일같이 비싼 디저트를 밴드원들에게 제공할 정도로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거나 하지도 않는다.(물론 집에 선물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먹지 않으면 상해서 버려야 하니 가져오는 것이라고 하지만) 어릴 적 영재 교육을 받아 또래 친구들도 없고 평범한 학창 시절을 못 보낸 탓인지 혼나보고 싶었다던가, 친구한테 머리를 맞아보고 싶었다던가, 땡땡이를 쳐보고 싶었다던가 하는 특이한 욕망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교성이 없는 편도 아니다. 딱히 음악 전공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워 콩쿠르에서 입상도 해내고 밴드의 모든 작곡을 해낼 정도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잣집이라는 가정환경이 부럽기도 하지만 재능 또한 있어 보이는 모습은 마치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힘도 세다. 그만큼 밥도 두 배로 먹는데 그냥 모에 요소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부잣집이라는 가정환경상 어릴 적부터 관리를 잘 받으며 운동 등을 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무기의 모습들은 우리의 환상을 채워준다. 일반적인 평범한 생활에 대해 경험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부잣집에서 태어나 영재 교육이며, 교양 교육이며, 신체 관리까지 받는 삶. 그런데 재능까지 있고 성격 또한 꼬이지 않고 순수하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방과 후 티타임(HTT)’이라는 밴드에 들어가 또래 친구들과 덕후들이 부러워하는 끝내주는 학창 시절을 즐기고 노래를 만들고 공연을 하며 추억을 만들고 대학까지 같이 진학하여 계속하여 밴드활동을 한다. 평생의 친구, 평생의 동료, 평생의 취미까지 얻어버린 것이다. 무기가 비교적 초기에는 조용하게 비중이 많지 않기도 했던 터인지 그냥 물주(…) 같다는 평이 있기도 했던 것으로 안다. (실제로 다른 멤버들이 무기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고 물주로 생각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캐릭터들도 닮고 싶은 점이 있고 또 캐릭터들에게 위로를 받는 면이 있지만 나는 무기야 말로 우리와 전혀 다르면서 우리가 스스로를 대입하게 되는 캐릭터라고 생각 든다.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캐릭터. 순수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모습조차 완벽해 보이는 캐릭터. 어찌 보면 참 부러우면서도 우리가 별다른 매력을 못 느낄 수도 있는 캐릭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평면적인 캐릭터에 매력을 잘 느끼지 못한다. 사람은 모두가 입체적이고 그렇기에 입체적인 모습에서 비로소 우리는 그 캐릭터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이입하기 때문이다. 무기는 언뜻 입체적인 캐릭터들 속 가장 완벽해 보이고, 가장 평면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타고나 보이는 완벽한 삶을 가진 인물이 우리가 가진 평범한 일상을 빛나게 만들어준다. 그저 못 가져본 것에 대한 환상이 아닌 한 번이면 충분할, 사실 힘들기만 할지도 모를 아르바이트도 최선을 다한다. 우리는 그런 무기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삶의 반짝이는 부분들을 발견해 내고, 그저 부럽기만 할 현실감 없는 평면적인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땀을 흘리며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해 내고, 대단하다 여기기도, 부럽다 여기기도, 귀엽다 여기기도, 사랑스럽다 여기기도 하면서 다양한 매력을 무기에게서 느낀다. 가장 우리와 동떨어진 것 같은 삶인 무기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 전형적인 삶에서 우리와 비슷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렇지만 부러워하기도, 그러다가도 독특한 사고에 신기함을 느끼기도 하다가 그것을 해내는 무기에게서 반짝임을 발견해 낸다. 정반대의 루트이지만 우리는 무기의 삶에서 반짝임을 찾고, 무기의 삶에서 우리의 삶의 반짝임을 찾고, 그리고 우리도 더 반짝여 나갈 수 있다는 힘을 얻는 것이다.




 이렇게 이번 7화를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케이온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네?’하고 반박을 표할 것을 안다. 바로 마지막 ‘방과 후 티타임(HTT)’의 멤버, '나카노 아즈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번 화에서 ‘나카노 아즈사’가 나왔을 때부터 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니 아마 케이온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걔는 이야기 안 하나? 하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다. 왜 이번 화에 등장하지 않았냐면 바로 케이온은 ‘3부작’으로 쓸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길어서 싫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쏟아져 나오는 것을 제어할 수 없었던 마음을 조금만 양해해 주시고 슬슬 넘겨가며 가볍게 즐겨주시면 기쁠 것 같다. 그럼 다음 화에서 ‘나카노 아즈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마지막 ‘케이온!’을 쓰는 마음들로 만나요.




해당 글은 경기청년갭이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표지 사진 출처 : https://namu.wiki/w/%EB%B0%A9%EA%B3%BC%20%ED%9B%84%20%ED%8B%B0%ED%83%80%EC%9E%84

타이나카 리츠 사진 출처 : https://namu.wiki/w/%ED%83%80%EC%9D%B4%EB%82%98%EC%B9%B4%20%EB%A6%AC%EC%B8%A0

아키야마 미오 사진 출처 : https://namu.wiki/w/%EC%95%84%ED%82%A4%EC%95%BC%EB%A7%88%20%EB%AF%B8%EC%98%A4

코토부키 츠무기 사진 출처 : https://namu.wiki/w/%EC%BD%94%ED%86%A0%EB%B6%80%ED%82%A4%20%EC%B8%A0%EB%AC%B4%EA%B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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