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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나 Oct 10. 2023

애니메이션을 쓰는 마음<9>
(스포주의)

9화. 유루캠△-1


해당 글에는 애니메이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들에게 감상을 권하며 애니메이션을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스포일러가 상관없으신 분들만 읽어주세요.




유루캠△

 길었던 케이온 여정을 마무리하고 그다음으로 어떤 애니메이션을 쓰면 좋을까 고민하며 라프텔을 보다가 문득 ‘유루캠△’이 눈에 띄었다.(딱히 어떤 애니메이션을 쓸지 고민하려고 라프텔을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유루캠△’은 뒤에 붙은 ‘△’ 부분이 텐트 모양으로 글씨로 쓸 때는 그저 삼각형이지만 만화책에서 보면 확실하게 텐트 그림으로 그려진다. 텐트, 즉 캠핑에 관련된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바로 눈치 채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 최근, 이라기에는 벌써 꽤나 오랫동안 한국에서 캠핑 열풍이 불고 있지 않은가. 잘은 모르지만 일본도 꽤나 캠핑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것이 최근의 열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루캠△’이 만화로 연재되기 시작한 것이 2015년부터라고 하니 그때부터 이미 캠핑 열풍이었는지는 몰라도 캠핑에 대해 최근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오래됐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역시도 캠핑 열풍이 시작된 지 벌써 몇 년은 되었고 말이다. 


 어쨌거나 한국에서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몇 년 전부터 원래부터 캠핑을 즐기시던 분들 뿐만 아니라 전혀 캠핑에 대해 몰랐던 분들까지 본격적으로 텐트를 사고, 캠핑장을 매주 찾는 등 캠핑을 즐기시는 분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유루캠△’을 쓰는 입장에서 할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캠핑이 한창 유행이던 때에 전혀 캠핑에 관심이 없었다.(!)

 왜 캠핑에 관심이 없었느냐. 가장 첫 번째로 문제가 됐던 것은 벌레였다. 벌레. 하나의 생명체일 뿐인 그 친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나는 벌레가 싫다. 벌레가 잘 못한 것은 없고 굳이 따지자면 내가 벌레를 잡은 적은 있으니 벌레가 날 싫어해야 맞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도무지 벌레가 싫다. 벌레에 따라 다르기야 하지만 대부분의 벌레라고 칭해지는 동물들의 외관이 나는 도무지, 도무지(정말로 강조하고 싶다.) 적응이 되지 않는다. 벌레가 다 죽었으면 좋겠다던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언젠가는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이 지구에서 서로 마주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았으면 할 뿐…. 그 친구들이(?) 알아서 잘 살기를 바란다. 다만 나와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할 뿐.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살면 얼마나 좋을까.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은 걸까. 왜 벌레와 반드시 공존해서 살아야 하는가…. 

 나는 이런 생각 따위를 하는 사람이고 캠핑은 내게 사실상 벌레의 서식지에 들어가서 하룻밤, 혹은 여러 밤을 자고 오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우리 집 근처에서 마주치는 벌레도 싫은데, 벌레와 단절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인데 굳이, 굳이 벌레의 서식지에 들어가서 잠을 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특히 그냥 걷다가 신발을 신고 마주치는 벌레도 싫은데 잠을 자고 있다가 텐트에 벌레가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원래 밖에서 보는 벌레는 괜찮지만 집에서 보는 벌레는 안 괜찮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는 밖에서 보는 벌레도 싫어하고, 밖에서 막힌 신발이 아닌 슬리퍼 같은 신발을 신고 마주치는 벌레는 더 싫어하고, 집에서 보는 벌레도 더욱더 싫어한다. 그런데 캠핑은 벌레를 밖에서도 보고, 신발을 벗고도 보고, 집에서도 보는(?) 것이랑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유루캠△’에 대해서 까려고(?) 쓰는 것 같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벌레를 싫어하고 그래서 캠핑에 관심이 없던 내가 ‘유루캠△’을 보고 캠핑 앓이를 하게 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면 그런 연유로(벌레 싫어!) 캠핑에 대해 생각지도 않았던 나는 여행을 간다면 깨끗하고 편안하고 벌레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숙박시설에 머무는 것을 선호했다. 펜션이라던가, 호텔이라던가 하는 ‘실내 공간’이 마련된 곳 말이다. 게다가 그런 실내 숙박 시설을 선호한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바로 화장실 때문이다. 캠핑장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비용을 조금 더 내는 곳은 개별 화장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개별 화장실이어도 대부분은 호텔 화장실 같은 느낌은 전혀 아닌 것으로 보였다. 평소에 깔끔하다기보다는 더러운 쪽에 가까운(?) 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그런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캠핑을 가고 싶지는 않았달까. 캠핑 화장실을 비하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청결 부분에서는 잘 관리되어 있는 곳이 많겠지만 그냥 보기에는 화장실에서 여유를 부리기 좋아하는 내게 깔끔하고 보기 좋고 안정감을 주는 화장실이라기보단 편리하고 간편한 화장실에 가까웠다. 호텔에 가서 욕조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을 포기하고 캠핑 화장실을 선택하기에 이전에 내게는 다른 것들이 특별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우선 나는 캠핑 용품이 없었고 친구들이 하나둘 캠핑을 취미로 가지기 시작했지만 가족 중에 캠핑이 취미인 사람도 없었다. 그러니 캠핑에 가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사야 할 것들이 한가득으로 보였고 나는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돈이 없다. 그러니 내게 캠핑은 머나먼 취미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캠핑 요리?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캠핑 요리를 집에서 해 먹으면 더 편하지 않은가. 도심 한가운데 사는 것이 아닌 바다 옆에 살고 있기에 비교적 한가로이 도시를 떠나 한적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욕심이 적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한가롭기보단 사람이 북적거리는 바다지만 말이다. 


 게다가 무엇보다 나는 강아지 아들과 고양이 딸을 키우고 있는데 캠핑을 간다면 무조건 강아지 아들과 함께 갈 것이다. 그렇다면 집에 남아야 하는 고양이 딸이 걱정인가 하면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나를 졸졸 쫓아다니는 고양이 딸을 두고 매일같이 집을 비울 수는 없지만 내가 집을 비워도 고양이 딸을 봐줄 다른 가족들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걱정 때문에 캠핑을 가지 않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물론 전혀 고양이 딸이 걱정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지만 오히려 함께 갈 강아지 아들이 더 걱정이었다. 그 이전에는 캠핑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었기도 하고 현재 강아지 아들이 아주 건강하고 매일 더욱 몸상태가 좋아지고 있지만 관리해줘야 하는 부분들이 많은 상태라 마냥 편안함을 즐기기보다는 불편함을 즐기는 면이 있는 캠핑에 같이 가기에는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다. 가족들이 함께 산다고 했으니 그러면 강아지 아들과의 여행은 펜션, 호텔 같은 곳으로 가고 캠핑을 따로 가면 되지 않냐고 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 강아지 아들의 관리를 현재는 내가 많은 부분 맡고 있고 다른 가족들이 해줄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내가 강아지 아들과 함께 가고 싶기도 하고. 


 다만 웃길 수도 있지만 이렇게 신나게 캠핑 이야기를 해놓고 나는 아직 캠핑을 가지 못했다. (네?) 캠핑을 가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강아지 아들이 걱정되는 부분이 여전히 있기도 하고, 캠핑 용품을 준비할 경제적 여유가 없기도 했고, 강아지 아들과 함께 가기에는 특히 더욱 날씨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계절을 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었다. ‘유루캠△’ 만화가 연재되기 시작한 게 2015년이라는 이야기를 앞서했지만 사실 내가 ‘유루캠△’에 빠진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 강아지 아들과 캠핑은 아니지만 여행을 몇 번 다녀왔는데 굉장히 잘 다녀오기도 했고, 냄새 맡는 것을 사랑하는 아들이 캠핑장 냄새를 잘 즐길 것 같기도 했고, 꼭 한 번 경험시켜주고 싶기 때문에 꼭 당장 본격적인 캠핑(?)이라고 할 만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글램핑부터라도 시작하여 캠핑을 시작하여 함께 좋은 경험과 추억을 쌓아가 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유루캠△ 1

 

 그래서! ‘유루캠△’ 얘기는 언제 하냐고요…? ’ 유루캠△’을 쓰는 마음을 읽으러 들어왔는데 본인 이야기만 하네;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다. 먼저 조금의 양해를 구하자면 애니메이션을 쓰는 마음은 사실 애니메이션을 쓰는 ‘나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글로 나의 이야기나 생각이 많이 담기는 것은 조금은 의도한 바가 있다. 그러니 그런 애니메이션을 쓰는 마음이 너무나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조금의 양해를 구해본다. 또한 사실 조금… 쓰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진 것도 있다. 늘 말을 정제해서 하고 싶은 말 중에 읽고 싶은 말만을 쓰고 싶은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탓인지 말이 길어진다. 지루한 글일 수도 있는데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래서 정말 ‘유루캠△’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면 가볍게 설명하자면 고등학생들이 캠핑을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캠핑을 좋아하는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야외캠핑부라는 부를 꾸려서 캠핑을 하는 일상물이다. 부활동이긴 하지만 이전 화에서 이야기했던 케이온과는 조금 다른 것은 부활동이 주가 되기보단 캠핑이 주가 된다는 것이다. 다 같이 부활동을 한다!라는 느낌보다는 다 같이 캠핑을 한다! 는 느낌이 더 강하다. 실제로 ‘유루캠△’의 주인공격 인물들은 총 5명으로 사이토 에나, 이누야마 아오이, 카가미하라 나데시코, 시마 린, 오가키 치아키인데 이 중 아오이, 나데시코, 치아키만이 야외캠핑부이고 에나는 종종 캠핑에 참여할 뿐이다. 특히 린의 경우 나데시코와 함께 이 5명 중에서도 주인공에 가까운 캐릭터인데도 야외캠핑부가 아니며 함께 캠핑을 간 적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솔로 캠핑을 즐긴다. 이러한 캐릭터들만 봐도 부활동보다는 캠핑 그 자체가 주가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모두가 부활동을 하지는 않더라도 모두 같은 학교이긴 한 터라 학교에서 만나는 경우는 꽤 있긴 하다. 


카가미하라 나데시코
시마 린

 ‘유루캠△’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데시코와 린이 더블 주인공이라도 할 수 있으며 애니메이션 내에서 비중이 높은데 이 두 캐릭터가 상당히 상반된 캐릭터라 두 캐릭터의 조합이 또 사랑스러운 포인트이다. 발랄하고 천진난만하며 캠핑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만 캠핑을 하던 린과 만나 함께 밤의 후지산을 보며 캠핑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나데시코와 캠핑이 취미이셨던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캠핑 도구로 중1 때부터 솔로 캠핑을 했으며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의 린. 이름조차 톡톡 튀는 이 두 사람은 머리카락색까지 나데시코는 분홍색, 린은 파란색으로 상반되면서도 서로 잘 어울린다. 


사이토 에나와 치쿠와

 사실 이 둘이 캠핑을 하며, 또 다른 사람들과 다 같이 캠핑을 하며 쌓아가는 우정들도 보기 좋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사이토 에나이다. 정확히는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에나의 강아지 동생 ’ 치쿠와’이다. 동물 친구가 나왔는데 사람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에나가 치쿠와를 위해 강아지 텐트를 사주기도 하는데 치쿠와가 텐트를 쓴 모습을 상상한 모습도, 아르바이트비로 텐트를 사려고 하다가 강아지 침낭에 꽂혀 강아지 텐트를 사는데 돈을 다 써버리는 에나도 사랑스럽고 공감이 간다.


시마 린 1

 나의 ‘유루캠△’ 최애인 치쿠와와 에나를 보며 나도 강아지 아들과 캠핑을 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꿈을 꾸기도 했지만 또 다른 내가 캠핑에 꽂힌 포인트는 린의 솔로 캠핑이다. 나는 물론 캠핑을 가게 된다면 강아지 아들과 남자친구와 함께 캠핑을 갈 것이기에 솔로 캠핑은 아니지만 ‘솔로’라는 것이 중점이 아니라 린의 솔로 캠핑의 요소들에 꽂혔다고 할 수 있다. 솔로 캠핑의 요소라고 하기에는 꼭 솔로 캠핑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나 또한 솔로로 할 생각이 아니긴 하다. 그러니 어찌 보면 린의 캠핑에 꽂혔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리하여 다음 화에는 그러한 린의 캠핑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해볼까 한다. ‘유루캠△’ 두 번째 쓰는 마음도 즐겁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또한 기다리시는 동안 해당 작품을 보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캠핑을 좋아하시는 분도, 별로 관심 없으신 분들도 모두 즐겁게 보실 수 있는 작품이니 시간이 나신다면 꼭 한 번 보셨으면 좋겠다. 다만 조금의 단점이 있다면 캠핑을 안 좋아하시던 분들이 캠핑에 빠져서 캠핑 용품에 돈을 엄청 쓰실 수도 있다는 거?




해당 글은 경기청년갭이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표지 출처 : https://namu.wiki/w/%EC%9C%A0%EB%A3%A8%EC%BA%A0%E2%96%B3(%EC%95%A0%EB%8B%88%EB%A9%94%EC%9D%B4%EC%85%98%201%EA%B8%B0)

유루캠△, 유루캠△ 1 그림 출처 : https://namu.wiki/w/%EC%9C%A0%EB%A3%A8%EC%BA%A0%E2%96%B3

카가미하라 나데시코 그림 출처 : https://namu.wiki/w/%EC%B9%B4%EA%B0%80%EB%AF%B8%ED%95%98%EB%9D%BC%20%EB%82%98%EB%8D%B0%EC%8B%9C%EC%BD%94

시마 린 그림 출처 : https://namu.wiki/w/%EC%8B%9C%EB%A7%88%20%EB%A6%B0

사이토 에나와 치쿠와 그림 출처 : https://namu.wiki/w/%EC%82%AC%EC%9D%B4%ED%86%A0%20%EC%97%90%EB%82%98

시마 린 1 그림 출처 : https://namu.wiki/w/%EC%9C%A0%EB%A3%A8%EC%BA%A0%E2%96%B3(%EC%95%A0%EB%8B%88%EB%A9%94%EC%9D%B4%EC%85%98%201%EA%B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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