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사건 이후로 소장님과 난 서먹서먹 해졌다.
웃으며 일할 맛이 안 났다.
티켓 사건 이후 화요일 난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 타러 왔다. 지하철 기다리가 반대편으로 가는 전철이 들어왔다.
여행사 출근도 하기 싫은데..
반대편 전철로 갑자기 뛰어 들어가 탔다.
나도 그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반대편 전철을 타고 낙동강을 바라보았다. 종착역까지 가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가
사무실로 가지 않고 난 집으로 갔다.
집에 와서 소장님께 전화했다.
"몸이 아파 출근 못 하겠습니다."
입사 이래 첫 결근이었다.
한참 사스 때문에 여행사가 힘들었다. 파리 한 마리도 날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없어도 바쁘지 않은 사무실이라 소장님 또한 푹 쉬었다 오라 했다.
다음날 출근하니
팩스가 들어와서 보면 독촉장, 미납금 안내였다.
도대체 소장님은 사업자 통장에 돈을 어디다 쓰기에 매번 입금을 안 해주실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항공권 끊은 게 몇 장인데
여행 보낸 팀이 몇 명인데...
전화가 울린다.
받기가 싫다.
고객인 경우보다 입금 언제 해주냐는 전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장님이 늘 전화 안 받고 모든 전화를 나에게 넘기기까지 했다.
그러다 팩스 한 장이 내 눈에 꽂혔다.
직원의 4대 보험료까지 미납이 되어 안내장이 날아왔다.
이 판국에 소장은 사무실을 비웠다. 따져야 하는데
다음날 소장이 웃으며 들어왔다. 골프팀 예약 잡았는데 본인도 따라간단다.
속으로 지랄하고 있다며 욕을 했다.
"소장님 저랑 얘기 좀 하시죠."
목소리를 깔고 이야기했다.
소장님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그럼 커피 한잔 하며 이야기할까?" 하시는 게 아닌가.
이 와중에도 목을 적셔야 하는구나.
그래 마지막 커피 타드린다 생각으로 한잔 내어주었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씨 갑자기 왜 그래."
" 소장님 솔직히 믿음이 안 가네요. 괜히 소장님 믿고 이직했다 싶어요. 독촉 전화에도 스트레스받고 팩스 한번 보시겠어요? @항공사는 티켓 발권 거부까지 했습니다."
"미안해. 이번주 안에 다 해결해. 한 번만 아니 그럼 직원 구할 때까지만..."
"아뇨 이번달까지만 다니겠습니다."
난 단호했다.
이미 아침 출근 전 엄마에게 이 여행사 퇴사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왔다.
소장님은 나의 퇴사 선언에 뭐 할 거냐고 물었다.
"저야 젊으니 할 수 있는 일이야 많죠. 퇴사하고 생각해 보려고요. 당분간은 글도 써보고 사진도 찍고 이래저래 돌아도 다녀보고요."
미운 마음에 톡톡 쏘며 말이 나왔다가도 웃으며 소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장님은 미안하다고 했다. 그 사과는 진정성이 느껴졌고 미납금도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게 보였다. 사업자 통장 함부로 개인적으로 쓴 일에 대해서도 사과를 받았다.
사과는 사과고 용서할 일은 아니기에 퇴사 전 날까지 열심히 일했다.
퇴사를 앞두고 단체 크루스 여행팀을 보내게 되었다. 나를 좋아해 주시는 고객님에게 영업용 문자로 크루즈 여행안내를 보냈더니 바로 연락이 온 것이다.
그때 당시 몇 명 이상 보내면 직원에게도 크루즈 보내주기로 되어있었다.
나도 당연히 가능했다.
퇴사 앞두고 크루즈 여행이라니 너무 신났었다.
본사에서도 축하한다고 메시지가 들어오고 이미 여행 가는 사람처럼 들떴는데...
소장님이 망쳤다
"★씨는 이번달까지 하고 퇴사하기로 했으니 이건 내가 갈게."
와... 저 뻔뻔함... 어찌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