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가 부담해야 하죠.
난 MBTI가 j 가 아니지만 일을 할 때 나름 j스러웠다. 우선순위 정해놓고 일처리를 했고 포스트잇과 달력에 늘 표기했었다.
그 습관은 내가 학원 할 때도
달력 표기와 포스트 잇은 내 삶에 아주 유용했다.
휴대전화 스케줄 알람도 있지만
이상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기계가 내 스케줄 알려주는 게 싫은 가보다.
항공권 발권의 경우
무조건 포스트잇에 성함 예약 번호(발권번호) 탑승날짜 등 표기해 내 시야에 가장 잘 들어오는 모니터 하단에 붙여놨었다.
수시로 확인하기가 좋았다.
어느 날 소장님 친구분이 일본 출장을 간다며
소장님의 악필로 포스트잇에 적어 나에게 넘겼다.
날짜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악필이라
소장님께 한번 더 확인했다.
"소장님 숫자 알아보기 힘든데 출국 9월 15일 입국 9월 17일 맞나요? "(날짜는 그냥 예시입니다.)
"응 맞아 금요일 오전에 갔다가 일요일 오전에 온다네."
"네. 비즈니스로 예약 완료 했습니다. 다시 확인 부탁드립니다. 메일로 보냈습니다. 친구분께 맞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그래 그래."
이대로 넘어갔다. 토요일 오전 갑자기 난리가 났다.
일본에서 소장님 친구분이 전화가 오셨다.
"야!! 내가 토요일 오전에 티켓 하라 했는데 왜 일요일이야? 내가 공항에 왔는데 비행기 못 탄다잖아!!"
"네? 죄송합니다. 발권 예약 했을 당시 일요일이라 하셔서... 정말 죄송합니다. 티켓 변경 해드릴게요. 티켓 가지고 계신가요?"
"내가 그걸 왜 가지고 있니?? 어!! 화가 나 죽겠는데 이미 쓰레기 통에 갈기갈기 찢어 버렸지!!"
소장님 친구분의 화는 머리 꼭대기까지 솟구쳐 있었다.
그런데.. 종이 티켓인데...
굳이 종이 티켓으로 해달라고 해서... 한 건데..
종이 티켓은 항공사에 보여주면
좌석 확인 후 수기로 티켓 변경이 가능했는데
그걸 찢어버렸다는 것이다.
어차피 비즈니스 석이라 좌석은 여유로웠다.
소장님이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내 속도 뒤집었다.
"이그 ★씨 일을 어찌하는 거야? 내 친구 화났잖아."
"그러게요. 그런데 소장님이 이렇게 쪽지 써서 저에게 주셨어요."
"내가 언제? 난 토요일이라 했어"
"와.. 소장님. 제가 확인까지 했고 예약했을 당시 확인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종이 티켓이라 신중하게 발권해야 돼서요."
"그랬나? 암튼 몰라. ★씨가 잘못한 거니 알아서 처리해. 비용도 알아서 처리해."
"네?"
알아서 처리하라고 내뺀 소장님이 미워서 소장님 사무실에 골프채 중고로 팔아버릴 까 생각도 했다.
난 일단 고객의 비행기 티켓을 내 카드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공항에서 화가 나
난리 난리 개난리를 치는데
어쩔 방도가 없었다.
굳이 비즈니스를 꼭 타야 하는지... 고작 2시간 비행에... 아휴... 공항에서 바로 날짜 변경 하면 되는데.. 자기는 변경하기 싫으니 꼭 티켓을 구매하고 사과하란 요구였다.
내 생때같은 돈을 사용하다니..
월급도 쥐꼬리인데
서글픈 내 인생... 입에 쓴 맛이 났다
월요일 소장은 웃으며 출근을 했다.
"★씨 알아서 잘 처리했더라. 돈 많이 들었지? 얼마 들었어?"
"한 60만 원 나왔습니다."
"아이고 비싸네..."
"그러게요. 제 월급의 60%를 잡아먹네요. 월급 언제 올려주세요."
"한참 사스 파동 때문에 여행사가 어려워서... 미안해. 나 로또 당첨 됐어 바꿔서 ★씨 써."
"네...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를 악물며 웃었다. 그리고 난 퇴사를 결심했다.
(점심시간 난 로또 수령금 확인하러 갔다. 로또 수령금은 5만 원이었다. 그날 아침 2만 원 충전한 교통카드 잃어버렸는데 마침 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