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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Jan 26. 2024

촛불 하나

할매 생신 축하해요

아직도 계신 거 같다.

그 집에 홀로 외롭게

베란다에 앉아

언제 놀러 올려나

목이 빠져라

손녀를 기다리고 있을 거 같다.

그 모습이 내 눈에 선해

차마 집 근처도 못 가겠다.

근처 지나가면

괜스레 창 밖을 바라본다.

장례식에 향도 피우지 못한 손녀는

생신 날 촛불 하나 피운다.

차마 나이에 맞춰

초를 끼우진 못하고

하나만 피운다.

신나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우리끼리 맛있게 먹었다.

할매도 같이 한 젓가락 하리라 믿으면서

오늘밤 할매를 추억한다.

내 귀에 할매 목소리가 들린다.

내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가 선하다.

언젠가 그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을까

그날이 올까 더 슬프다.

언제까지나 옆에 있을 거 같던

아니 언젠가 떠나실 줄 알았던

지난날의 내 행동을 반성한다.



매년 같이 보낸 생신인데...

이젠 할매 생일 축하해하며

전화 한 통 할 수 없는 게 너무 슬프다.

할매 목소리가 듣고 싶은데

웃는 모습이 그리운 밤이다.

증손녀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딸아이는 나에게 묻는다.


할매 폰은 하늘에 가져갔어?


... 아니...


그럼 별 수 없지.


그러더니 하늘에다 대고 소리 지른다.



왕할매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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