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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Dec 26. 2022

평생의 단 한 번의 소원 들어준다는...

대구 팔공산 갓바위 석조여래좌상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어릴 때부터 이 액자가 집에 걸려있었다.

우리 집 수호신처럼 늘 함께 있었다.


 기억엔 없지만


엄마가 신기가 막 왔을 무렵과


동생이 어릴 적 데리고 갔었다고 한다.


힘든 산행길에 동생이 찡찡거리면 위에 놀이동산 있다며 거짓말해 가며 데리고 갔다고 한다.

속은 동생은 얼마나 짜증이 났었을까?? ㅎ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그땐 국민학교라 불리던 저학년 시절)

상을 타고 싶었다.

상을 타서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백일상과 일기상이 너무 타고 싶어

하루는 갓바위 액자를 보며 간절히 소원을 빌었다.


"부처님 저 상 받게 해 주세요. 정말 열심히 적었어요. 저도 상 받게 해 주세요."


그 기도빨이었나...


월요일 아침,

상을 받았다.


그 뒤로 글쓰기 대회 나가면 상장받게 해달라고 종종 빌어보았다. 까먹고 그냥 넘어간 적도 있다.


그 덕분인지 대회에서 교육감상, 우수상, 장려상, 국회의원상 등등 받아 상금으로 책 많이 사 읽을 수 있었다.


평생 단 한 번의 소원을 들어주신다는 부처님께

난 상 받게 해 달라는 사사로운 욕심의 소원을 빌었던 것이다.



동생이 8살,

유명 애니메이션 중 팽이 시합 하는 내용이 담긴

애니메이션이 있다.

동생은 홀로 집을 지키며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팽이가 너무 갖고 싶었단다.


동생도 액자를 보며 공손히 기도를 했단다.

"부처님 엄마 퇴근길에 꼭 탑 블레이드 팽이 사 오게 해 주세요.

엄마 말 잘 들을게요. "


몇 시간 후

소름 끼치게 엄마의 손에 팽이가 있었다.


시리얼을 샀는데 사은품으로 팽이가 있었다.

동생을 너무 좋아 부처님이 소원 들어줬다며


부처님만 보면 행복해했다.

동생의 소원은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귀여운 소원이 아닌가.

나와 달리...



진짜 부처님이 소원을 들어주신 건지

운명인지 얻어걸린 건지...


어릴 적부터 이 액자는 우리 집을 온화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고 여겼다.


어젯밤 동생이 설거지하는 나에게


"언니, 부처님 자세히 보니 웃는 표정이 아니야? 뭔가 떨떠름한 무표정 같지 않아?"


"에잇,  부처님은 늘 온화한 미소지..." 하며

액자를 보는데 입을 앙 다문

굳은 입 모양으로 보였다.


어릴 때부터 온화하다고 생각했는데

동생의 말을 듣고서야 표정이 달라 보였다.

좀 차가운 부처님인데... 인자하고 온화한 부처님이 아닌데? 너무 많은 사람이 소원을 빌러 오니 지치셨나??



하나, 우린 여전히 소원을 빌 거다.

상장과 팽이로 퉁치시면 안 됩니다. 부처님...



2023년

날이 풀린 봄이면

팔공산에 한번 가보자며 동생과 약속했다.


액자를 보며 소원 빌어도 들어주시는데

직접 가서 빌면

더 잘 들어주실 거 아냐? 하면서

동생은 들떠있다.


옆에서 듣던 신랑은

어릴 적 엄마와 팔공산에 직접 가서 건강하게 해 달라며 빌었는데

진짜 건강하기만 하다며


내년에 같이 가서 딴 기도 해봐야겠다고 한다.




막상 절에 가도 아무 생각 없이

절만 하게 되는데...

팔공산에 부처님 보면

소원이 빌어질까??


난 그저 거대한 부처님 구경하러

대구 맛집 매번 실패했는데

내년엔 부처님께 꼭 성공하게 해달라고

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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