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의 회상
정여사
여든 엄마의 낙은 오로지 기다림이었다
자식이 뭐라고
한 번이라도 더 듣고파
한 번이라도 더 보고파
그래 그랬다 엄마는 저만치 오는 날
이제오나 이제오나
언제 올래 언제 올래
아직도 기다릴 것만 같은데
꽉 닫혀버린 문이 열리지 않는다
와도 가도 반기는 이 없는 곳에
비좁았던 평상이 덩그러니 놓였다
잿빛의 슬픔이
아직도 화단에 주인의 손길이 남아서
먼 하늘에다 꽃을 피우고 피운다
오월의 하늘아래 만물이 춤을 추는데
어찌 그녀의 빈자리에는 잿빛 회상이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