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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Feb 03. 2023

미스터리 스토리 - 반복되는 악몽은 트라우마를 만든다

엘리베이터 공포증


중학생 때부터 같은 꿈을 반복해 꾸었다.

처음에 엄마에게 말했을 때는

성장기엔 무서운 꿈을 꾼다며

키 크기 위해 꾸는 꿈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 꿈은 성인이 되어서도 반복되었다.


어릴 적부터 발레 학원을 다닌 후

중학생이 되면서

더 오래 연습을 하고 오다 보니

집에 오면 밤 11시가 넘었다.

밤하늘의 별자리 찾으며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 난 참 좋았다.


그때 당시 내가 살던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앞 유리가 있었다.

깜깜한 밤에 타서 그런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오르는데

작은 유리 너머로 까만 사람을 본 거 같았다.


그저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걸 본거겠지 하며 대수롭게 여길 수가 없는 게

고작 우리 집은 3층이었다. 평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데 그날은 발레 하다가 발톱이 빠져 피도 많이 났고 너무 아파서 계단을 오르기 싫었다.


그래도 2층에서 누군가 올라 갈려고 기다릴 수 있지? 하며 잊기로 했다.


그날 밤,

난 꿈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꼭대기 층까지 올랐다.

내려 복도를 보는데 사람들이 많이 서성였다.

뭔가 있나? 나도 구경을 해볼까? 하며 같이 서성이는데

사람들이 이상했다.

다 귀신이었다.

내가 있는 곳이 바로 귀신 아파트였다.


귀신들이 득실거리는 아파트라니...

그런데 환하게 밝은 빛이 내려왔다.

몇몇 귀신들이 그 빛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열려있는 현관문 안으로는

귀신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살고 있었다.

본인들이 죽은 사람이란 걸 잊은 거 마냥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그 공간이 너무 싫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그 순간 엘리베이터 밑바닥이 흔들렸다.

난 벽에 붙어 손잡이를 꽉 잡았다.


흔들흔들 쿵쿵거리면서 엘리베이터는 결국

밑바닥이 떨어져 나가고

난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리곤 수많은 귀신들이 내 발목을 잡고 웃으며 끌어당겼다.


이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다 보니

내 발목은 아파왔다.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았다.


IMF로 가정에 위기가 왔고

이사를 가야 했을 땐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 주택으로 이사 갔다.


지금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 건물에 살고 있다.


이사를 가고 나서 안정이 되었다 생각했는데

그 후로도 난 같은 꿈을 꾸었고


백화점이나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려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면

난 맨 구석에 서 바를 꽉 잡고 탔다.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고

심각할 때는 호흡이 가빠졌다.


그 후 엘리베이터 공포증인지

웬만하면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게 되었다.

타게 되면 나 혼자서는 타지 못하고

지인과 함께 타야 했다.


그렇게 나의 10대 중후반부터 20대까지

엘리베이터만 타면 힘들었고

지금의 신랑과 함께 그 공포증을 이겨냈다.


이젠 엘리베이터를 타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바를 잡거나 벽에 붙어 탄다.

불상사가 생길까 봐



사진 출처:

https://m.blog.naver.com/jo9405/22097704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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