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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Feb 13. 2023

더 이상 약은 의미 없어요

도라지나 수세미 먹이세요

1월 10일 아이의 생일날부터 아팠다.

그동안 잘 피해 다닌 코로나가

아이 생일날 찾아왔다.

슈퍼 항체라며 남들 다 걸리는 코로나

우린 안 걸리는 게 신기했다.

"코로나 걸리는 사람들 뭐지? 어떻게 걸리는 거지?? 왜 우린 안 걸리지??"

하며 오만했었다.


아이만 걸려 열이 40도 가까이 끓어올랐고

많이 힘들어했다.

여리고 작은 몸으로 잘 버티고 이겨냈다고 생각했다.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나고 찾아온

코로나 후유증이 아직도 아이를 괴롭힌다.

여태까지도 마른기침이 나왔고

특히 밤에 잘 때는 폐병 환자처럼 기침을 토해냈다.

코로나 겪어본 사람들이 다 기침이 오래갔다고 해서 아이도 기침만 하니 설 기간 내내 약국에서 파는 기침약을 먹여왔다.


그러나 밤에 기침 소리가 심각하게 들렸다. 병원을 찾으니

의사 선생님이 청친기로 듣더니

"소리가 아주 안 좋습니다. 우선 약 먹고 상황 지켜봅시다."

했다. 빨리 병원에 데리고 올걸.. 약국 약으로 버틴 내가 너무 미웠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5일 치 약을 받았고 또 그다음에도 5일 치 받아먹어도 약 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기침을 했다.

간밤에 아이의 코에 누런 콧물이 줄줄 나왔다.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쏟아지는 콧물...

어린이집 결석하고 금요일 병원을 찾았다.

여전히 폐소리가 좋지 않았다.

엑스레이 촬영 후 아이는 혈액 검사와 링거를 맞기 위해 신랑에게 맡기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했다.

폐 사진 결과 11월 폐렴 걸려서 찍은 사진 상태보다는 좋다고 했다. 그리고 의학 서적에서 볼 법한 그림을 찾아 보여주며 아이 몸 상태를 설명해 주셨다. 그림을 보며 설명을 들으니 한결 수월했다.



"더 이상 항생제나 약이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오랫동안 항생제를 먹어 아이 심장도 빨리 뛰는 부작용이 왔고 집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생 도라지 가루나 즙 혹은 수세미 진액도 기관지에 좋다고 하니 그런 걸 먹여보세요. 제대로 된 건 쓰고 맛없어 아이가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꿀이랑 섞어가며 조금씩 먹여보세요. 시간이 오래 걸려도 몸이 스스로 이겨나가야 합니다. 오늘은 콧물감기약이랑 기침감기약 처방 해드릴게요. 하필 이 상태에 감기까지 걸려 아이 상태가 좋지 않아 혈액 검사까지 하게 된 건데 피검사 결과 나오면 다시 이야기해 봅시다. 너무 걱정 마세요. 결핵이나 천식까지 가진 않았을 겁니다. "


"제가 평소 아이 먹이는 배도라지즙이 있긴 한데..."


"아이고 그건 그냥 주스죠. 전혀 효과 없습니다."


"시어머님이 아이 용각산 먹여보라고 하던데 그건 효과 있을까요?"


"아이고 용각산 아이가 더 먹기 힘들죠. 그리고 도라지보다 더 효과 없습니다. 효과 있는 거처럼 잠깐 느껴지는 거고요. 도라지 먹이세요."


의사 선생님은 자상하게 네이버 검색하시며 아이 몸에 도움 되는 식품과 생약 성분의 약들을 보여주셨다.


방에서 나오자 아이 비명 소리가 들렸다.

링거 맞아야 하는데 아이가 힘을 주며 거부하고 있었다. 너무 서럽게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남편이 애를 먹고 있었다.

속상한 마음은 뒤로 하고 아이를 안고 달래 가며

성공했지만 결국 혈관이 터져 반대 팔까지 바늘 찔러야 했다. 두 번의 고통을 당한 아이는 세상 서러워 보였다. 행운핑을 사주겠다는 약속으로 아이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아이를 안고 신랑에게 이야기해 주었고

친정 엄마에게 톡으로 상황 설명 해주었다.

엄마는 당장 시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도라지를 샀다.

도라지를 사 와 엄마는 쉬지 않고 손녀를 위해 직접 다리고 재우셨다.


12시에 맞은 링거는 3시가 돼야 끝이 났고

혈액 검사 결과는 다행히 좋았다. 결핵 검사 결과는 5일 뒤에 나온다고 했지만 현재 나온 결과만으로 나쁜 상태가 아니라 하셨다.

결국 이번에도 아이 항생제와

코감기 기침 가래약을 처방받아왔다.

주말이 지나고 오늘도

아이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약은 의미 없다는 그 말은 내 머리에 콕 박혀  지워지지 않는다. 아이를 더 아프게 만든 모자란 엄마인 거 같아 그저 미안할 뿐이다.


코로나 후유증... 어제 사라질까... 그저 아이가 빨리 회복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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