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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May 09. 2023

비 오는 날 보도블록 조심하세요

골절사고주의


어린이날 전국적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가뭄 해소, 농작물 피해 등

좋고 나쁜 뉴스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

인명 피해도 따르는 법


비가 쏟아지면 웬만하면 집에만 있어라고

할머니와 엄마에게 연락을 돌린다.


몇 년 전 비 오는 날

계단에서 미끄러져 다친 할머니는 비가 오면 집에서 나오질 않는다.


허나 엄마는

"비가 대수가? 내 발길을 막지 마라." 하며 자유로운 영혼임을 어필한다.


결국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데도 차를 끌고 나오셨다.

커피 마시고 다시 귀가할려는데

차에서 내리다

쫄딱 미끄러졌다.


비가 오는 오후

나른하니 잠이 와

아이랑 낮잠 자는데 거실에서 전화가 울렸다.

방에서 나와

끊어진 전화를 보니 엄마였다.

이제 집에 도착했다는 전화겠거니

다시 걸었더니

응급실 가는 중이라는 게 아닌가

다리 다친 후 응급실에 가며 찍은 발사진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도무지 일어나질 못하겠다며

다리가 휙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도대체 차에서 어떻게 내렸기에 골절까지 되냐며 엄마에게 잔소리까지 했다.


왜 나가가지고...


그러나 잔소리하면 뭐 하나... 이미 다쳤는데...


제발 인대 파열까지만 아니여라... 하며 엄마 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몇 시간 뒤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입원 시켰다. 수술해야 된다네. 발목뼈가 세 군대 부러졌다네. 많이 다쳤네. 미끄러졌을 때 가만히 앉아있지 억지로 일어나다가 더 다친 거 같은데... 월요일에 수술 잡았다. "


이 와중에 INTP인 나

"보험은? 엄마 보험 뭐 있지? "

하고 물었다.


엄마가 입원 한 병원은

보호자가 병동에 있을 수도 없고

휴일과 주말엔 병동 휴게실에서도 볼 수가 없었다.

엄마가 직접 1층까지 내려오지 않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홀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는 해맑았다.

웃으며 영상통화를 했다.

같이 입원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아파 왔냐고 다 물어본 모양이었다.


빗길에 넘어져 어깨를 다치시고

빗길에 넘어져 무릎이 깨지시고


하긴 친구 엄마도 빗길에 내리막길 걷다 미끄러져 허리를 다치셨던 적도 있다.

빗길 보도블록, 인도가 미끄럽다며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는 엄마

엄마나 조심하라는 딸


월요일을 기약하며 주말을 보냈다.

그런데

보호자도 없이 휠체어 타고 다니다 엎어졌다.


월요일이 되어 (어제, 어버이날) 병동 휴게실에서 만났다.

발이 퉁퉁 부어 수술을 내일로 미뤄야 한다고...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면 좋겠는데...

병원에서 맞이한 어버이날

어떻게 수술하지는 어떤 의사 선생님께서 수술해 주시는 지도 모르는 채

오늘은 다행히 엄마는 수술을 받았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나온 엄마의 모습을 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헤롱헤롱한 엄마가 손을 뻗었다.

내 손을 잡기 위해...

눈물을 꾹 참고 엄마 손을 잡았다.

병동으로 들어가는 엄마를 보고

아빠와 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옆에 있어주지도 못한 채...


한동안 발은 퉁퉁 붓고

거동도 불편할 텐데...

코로나로 보호자 없이

홀로 병실에 누워있는 엄마가 너무 가엽다.


오후 5시 수술해 주신 의사 선생님을 뵈었다.

친절하고 상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식욕도 없고 속이 답답하니 괴로웠는데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입맛도 돌아오고

가슴 답답한 것도 사라졌다.


엄마는 아파 끙끙 거리며

잠을 설치겠지?


난 엄마의 주전부리나 챙겨놓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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