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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Jul 27. 2023

후회... 반성...

무음 모드 하지 않을 테다...

아이가 월요일 새벽부터 지금까지 고열이다.

글 쓰는 지금도 해열제를 먹고 머리에 물수건 한 채오 잠에 들었다. 잠이 든 아이를 바라보며 난 후회의 글을 쓴다.


밤새 아이 열을 내리느라 물수건 해주기 바쁘다.

열이 최고 40.5도..평균 39도 유지 중이다. 기침도 콧물도 아무런 증상 없이 고열만 계속 된 상태다. 피검사로는 염증 수치 12배나 높게 나왔다는데... 열좀 내리길..

열이 쉽게 내리지 않아 거의 자지 않고 지내는 상태이다. 좀비 상태가 따로 없다. 그래서 아이가 낮에 잘 때 같이 자는 그 낮잠이 꿀잠이다.

그 꿀잠을 방해받기 싫어 무음으로 해놓고 잤다.

사실 난 밤에 잘 때도 폰은 무음이다.


핸드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학생땐 학교 수업 시간이라 무음, 시험 공부 한다고 무음,

일한다고 무음 늘 무음일 때가 많았고

육아하며 아이 깰까 봐 무음

굳이 그 무음 모드를 풀지 않고 지내다

엄마  아빠한테 혼난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전화 수십 통을 못 받을 때도 있었다.

혼난 뒤론 눈 뜨면 무음 모드 해제부터 했다.


그제 아이랑 낮잠을 잤다.

병원에서 해열 링거 맞고 온 후 나도 아이도 지쳐 잠이 들었다.

잘 자고 일어나 폰을 보니

대장암 수술을 받았던 할머니 전화가 와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잘 못 본 건가 싶었다.


엄마에게도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아파 힘겨운 목소리로 전화를 한 할머니...

그 전화를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력이 있으신가 보다 하며 안심했다.

그 안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손바닥만 한 암덩어리 두 개를 떼어내고

간과 폐까지 전이되었고

호흡이 힘들어 목에 정맥 혈관 뚫어

묽게 만들어 피떡 녹이는 치료 중이라고 한다.

몸이 많이 부어 이뇨제를 써도

소변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전달받았다.


그 상태로 손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못 받았다니

너무 죄송하고 한이 되어 눈물을 쏟았다.

내가 너무 미웠다. 그깟 낮잠이 뭐라고!!


이마에 냉감패드 붙이고 있는 딸아이가

고사리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엄마 왕할매가 많이 아프데? 얼마큼 아프데?


"우주만큼 아프시데..."


"헉... 너무 하잖아... 그래서 엄마가 우는구나... 괜찮아." 하며 날 안고 토닥여주었다.

그 작고 소중한 품에 안겨 눈물을 닦아내었다.


시원하게 운다 하여 아픈 할머니가 깨어나는 것도 아니고

일단 내 삶을 살자.


꼭 할머니는 기력을 찾으실 거다. 갑자기 허망하게 가진 않으실 거다.


절대 무음 하지 않고 할머니 전화는 놓치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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