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탄이씨 May 09. 2024

무력(武力) 앞에 무력(無力)한 사회

  2023년 11월 개봉하여 인기를 얻었던 영화 ‘서울의 봄’은 누적 관객이 1,300만 명을 넘어섰다. 역대 한국 영화 관객 순위 6위라고 한다.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 그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이 큰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탄탄한 구성과 출연 배우들의 열연이 큰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세대 공감도 한몫하였다고 본다. 10대부터 MZ세대, 5060 관객 모두가 열띤 반응을 보인 보기 드문 영화였기 때문이다.      


  또 많은 관람객이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왜 눈물을 흘렸을까? 일부 군부 세력의 부당한 무력 사용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전두광의 무력을 제압하지 못한 당시의 무력한 시대 상황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총을 들고 화면 속으로 뛰어 들어가 이태신 장군을 도와줄 수 없는, 무력한 관객 신분일 뿐인 답답한 심정 때문이었을까. 아마 그 모두 다였으리라.     

출처 : 서울의 봄 영화 포스터

  

  무력! 이 영화 속의 ‘무력’이 주는 메시지는 매우 깊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도 무력(武力) 앞에 무력(無力)한 슬픈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돌아보면 그렇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무력 침략이다. 무력 앞에 무력한 우크라이나의 많은 국민은 피난민이 되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은 죽음으로 내몰렸다. 무력한 주민들이 두 나라의 무력 싸움 앞에 할 수 있는 선택은 거의 없다.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무력시위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무력하다. 무력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도 그만큼 무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사회 뿐만 아니다. 무력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무력이 바로 갑질이다. 갑질은 평소에 흔히 접하는 무력이다. 갑질이라는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은 무력은 경비원, 초등학교 교사, 기업체 직원, 판매사원 등 무력한 삶들을 직종 구분 없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곤 한다. 

  회사에서 요구한 자격증 시험에 떨어졌다고 직원들에게 ‘엎드려뻗쳐’를 시킨 뒤 폭언과 욕설을 한 창업주, 회식 강요하는 임원, 자녀 도시락 심부름을 시키는 상사. 이 모두 무력 행사자들이다. 서울의 봄에 등장하는 나쁜 군부의 모습과 아주 같다.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2023년 4월까지 약 4년 동안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갑질 신고는 무려 2만 6,955건이라고 한다. 하루 평균 19건꼴이다.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니 무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리라.      


  가짜뉴스, 여론조작도 무력이다. 대중매체는 언어의 힘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현혹한다. 펜이라는 무력으로 사실(fact)을 무력하게 만든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더니 실제 현대는 펜이 칼보다 강한 경우가 훨씬 많다.

  이렇게 무력이 우리 일상 주변에 너무 많이 독버섯처럼 퍼져 있다. 전쟁, 우월지위, 인종차별, 권력 집단 같은 큰 무력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성폭력, 폭언, 기물 파손, 신체 공격, 억압, 강요, 탄압…. 단 몇 분이면 한 페이지를 다 채울 수 있을 만큼 우리 생활 일상에 차고 넘친다.

  여전히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깝다.     


  세상에 착한 무력(武力)은 없다. 착해서 무력(無力)한 보통 사람은 언제까지 이 착하지 못한 무력 앞에 무릎을 꿇고 울어야 하는 걸까. 마음이 무겁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