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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탄이씨 May 23. 2024

살기 어려워지면 살기(殺氣)가 돈다

  생활고로 인한 가족 살인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잊을만하면 새로운 사건이 뉴스를 탄다. 살기 어려운 사람들의 살기(殺氣) 가득한 기사다. 살인에 대한 증오보다 죽음에 대한 연민이 앞서는 사연들이다.     


 #1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내를 10여 년 동안 돌보다 직장을 잃고 살기가 힘들어지자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남편.

  #2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오던 중 자녀 3명을 먼저 재우고 불을 피워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40대 부부.

  #3 암호화폐 투자 실패 등으로 아내와 이혼 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3살 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 선택을 시도한 20대 아빠.     


  가족 살인에 관한 기사는 이처럼 차고 넘친다. 전문가의 심리 부검 결과에 의하면 가족 살인의 대부분은 경제적 문제가 원인이다. 삶의 고통을 죽음으로 마무리 짓는다. 어떤 이유로든 생활이 어려워져 회복 가능성이 없으면 마지막 방법으로 가족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생활고로 인해 살기(殺氣)를 드러내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살기가 어려워지면 마음속에 살기가 스멀스멀 일어난다는 의미다. 특히 자녀 살해의 사례가 많은데 전문가들은 이 현상에 대해 ‘부모가 자녀를 자신들의 부속물로 여기는 심리’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이 현실 앞에 무슨 소용이 있으랴. 분석 결과를 내놓는 전문가도 오랜 세월 생활고에 시달린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독립된 인격체라고 해서 어린 자녀를 홀로 두고 ‘자신만 떠나야겠다’라는 매우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물가고 때문에 참 살기 힘들다

 

  가족에 대한 살기뿐만 아니다. 생활고는 가족 아닌 타인에 대한 살기도 높이는 것 같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그렇다. 대표적으로 경제고통지수와 범죄의 상관관계다. 

   '경제고통지수와 범죄율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조성원 조선대 교수)' 논문에 의하면, 경제적 고통이 커질수록 강도와 절도 등의 범죄가 증가한다고 한다. 이 연구에서 경제고통지수가 1% 상승하면 강도 범죄는 9.36%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절도는 3.76%, 살인과 폭력 범죄도 각각 2.54%와 1.73%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 불평등과 범죄율 간의 공적분 관계 분석’이라는 연구(같은 조성원 교수)도 있다. 이 연구를 보면, 소득 불평등이 1% 상승하면 살인·절도·폭력 범죄율도 각각 19.0%, 9.3%, 2.1% 증가한다. 소득 불평등이 1% 증가하면 살인 범죄율은 무려 19% 늘어난다는 의미다.     


  사람 사는 세상, 참 불평등하다. 상대적 불평등이다. 모두가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득의 격차, 지역의 격차, 정보의 격차, 이러한 차이 탓에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특히 빈부의 격차로 인해 풍요로움은커녕 가난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살기가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극소수이겠지만 이들의 얼굴에 살기가 돈다.

  살기(殺氣)는 꼭 타인을 해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해치고자 하는 기운, 즉 자살도 살기다. ‘살아보자’라는 살기가 아니라 ‘죽자’라는 살기다.     


  죽음 뒤에 돈이 있고, 돈 뒤에 고달픈 삶이 숨어 있다. 삶의 이면을 보면 약한 자의 고기를 먹는 강한 자가 있다. 

  그래서 약육강식의 세상에 사는 오늘은 항상 힘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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