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속이는 사기꾼 말고 밥 잘 사는 사기꾼이 됩시다
"김미영 팀장’을 기억하십니까?"
김미영 팀장은 한때 대출 사기 보이스피싱의 최고봉으로 군림했던 범인(가명)이다. 동종 업계에서 큰 명성을 날린 사기꾼이다. 붙잡고 보니 남자였는데 놀랍게도 그는 한때 보이스피싱 범죄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경찰관이었다. 2021년 10월에 밝혀진 사건이다.
김미영 팀장은 검거되었지만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는 지금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피해액 규모가 매년 약 5천억 원이 넘을 정도라고 한다.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로 인해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안타까운 뉴스도 종종 접한다.
사기 범죄는 보이스피싱 말고도 많다.
투자사기, 보험사기, 혼인 빙자, 주식 리딩방 사기 등등. 로맨스 스캠으로 집중 조명을 받은 전ㅇㅇ, 폰지사기 주가 조작으로 구속된 라ㅇㅇ, 대전의 전세 사기범 최ㅇㅇ, 남ㅇㅇ 부부 같은 이가 대표적 사기꾼이다. 돈 문제 말고 학력과 직업 등 자신의 신분을 속이는 양심 사기꾼도 많다. 우리나라에 해마다 30만 건 안팎의 사기 범죄가 발생한다니 가히 사기꾼 공화국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사기(詐欺)는 나쁜 꾀로 남을 속이는 것이다. 속이는 행위를 통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하면 범죄가 된다. 그래서 사기를 치고 다니는 사람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쁜 사기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칭찬받아야 할 사기꾼, 착한 사기꾼도 있다.
착한 사기꾼이 있다고? 그렇다. 착한 사기꾼이란 사기를 잘 치는 사람이 아니라 ‘사기’를 잘하는 사람이다. 즉 점심밥 사기, 술 사기, 커피 사기, 선물 사기 등 남을 위해 뭘 잘 사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돈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남을 위해 잘 베풀 줄 아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 어떤 일에 능숙한 사람을 ‘꾼’이라 한다. 그러니 밥이든 술이든 남을 위해 이렇게 뭘 사 주는데 능한 사람은 착한 사기꾼인 셈이다.
나쁜 사기꾼 말고 착한 사기꾼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남을 속이는 ‘사기’는 그 누구도 안되지만, 밥을 사는 ‘사기’는 그 누구도 하면 좋다. 부자라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있는 대로, 형편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자신의 상황에 맞게 행할 수 있다. ‘사기’란 고마운 지인에게, 고생하는 동료에게, 사랑하는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다.
‘사기’는 행복 바이러스를 주고받는 일이다. 외부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 돌아오는 길에 3개 2천 원인 붕어빵을 사서 사무실의 동료에게 슬쩍 내미는 이는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쁜 사기꾼이 ‘타인의 재물을 부당하게 교부받는 일’이라면, 착한 사기꾼은 ‘타인의 마음을 정당하게 교부받는 일’이다.
사람만이 아니다. 국가도 사기꾼이 되어야 한다.
국가는 틈나는 대로 국민에게 밥을 자주 사야 한다. 나라를 빛낸 분이나 유족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소임을 다하는 분들, 세금을 잘 내는 분들, 어렵고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해서 밥 사 주는 일을 자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특히, 영화 “시민 덕희”의 실제 주인공 김성자 씨 같은 분에게 국가는 꼭 밥을 사야 한다. 영화 “시민 덕희”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전 재산을 잃은 후, 신고를 받고서도 사건에 무관심한 경찰 대신 직접 총책을 잡으러 나선 김성자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을 평범한 시민이 대신 직접 나섰으니 어찌 밥 한 그릇이 아깝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