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특’ 또는 ‘특별’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그냥 표현해도 될 상황에 굳이 ‘특별’함을 강조한다. 특별시민, 특별대우, 특별교육, 특별사면, 특별법, 특별검사, 특별위원, 특별대담, 특별휴가, 특별전시, 특별전형, 특별진급… 이렇게 ‘특별’이 들어간 낱말을 정말 특별히 많이 사용한다.
일상 대화도 그렇다.
“내가 특별히 생각해 준 거야.”
“오늘 특별히 귀한 분을 모셨습니다.”
“당신을 특별하게 여기고 있네.”
‘특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상황설명이 되지 않을 만큼 흔히 애용한다. 그러다 보니 ‘특별’이 별로 특별하지 않다.
국가에서 ‘특별’을 더 부채질하는 측면도 있다. 정책 발표나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때 특별을 자주 들먹인다. 특별지원, 특별공급, 특별대출처럼.
근래에는 전라북도를 ‘전북특별자치도’로 명칭을 변경했다.
특별법을 만들어 특별자치도로 바꾼 것이다. 특별자치도는 전라북도만이 아니다. 이미 제주도와 강원도가 제주특별자치도, 강원특별자치도로 각각 변경되었다. 서울특별시, 세종특별자치시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17개 광역시·도 중 5개 시·도가 ‘특별’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도 현재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분리 설치를 위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고, 다른 시·도에서도 특별시 또는 특별자치도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멀지 않아 모든 광역지방자치단체가 특별시·도로 바뀌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아마 그러면 대한민국 국호도 ‘대한특별민국’이라고 개명해야 하리라. 우스갯소리라고? 글쎄, 하지만 이는 조선시대 말 고종 임금이 국명을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꾸면서 왕을 황제라고 칭하도록 한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특’의 경우도 비슷하다. ‘특’이라고 해야 주목을 받는다.
특히 ‘특’은 상품 판매 기법, 나쁘게 말하면 상술로 많이 활용된다. 특가, 특1호, 특대형 등이다. 특상품이라고 홍보해야 좋은 값을 받는다. 특상품이라고 하면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식당 메뉴에도 꼭 ‘특’이 있다. (특)순대국, 특삼겹, 보쌈(특대)과 같은 메뉴를 별도로 만들어 더 비싼 값을 받는다. 그것도 메뉴판 최상단에 배치한다. 그래서 어떤 때는 ‘보통’을 주문하면 위축이 될 정도다.
꼭 ‘특’이 특별하게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긴 하더라. 어떤 경우냐고? 대표적인 사례로 달걀을 들 수 있다. 시장이나 동네 마트에 가면 계란을 크기나 품질에 따라 대란, 특란, 왕란 3종류 정도로 구분하여 판매한다. 그런데 가격을 보면 재미있다. 어느 가게에서 보니 대란은 4,980원, 특란은 5,980원, 왕란은 7,900원이었다(2023. 11. 기준). 특란이 왕란보다 저렴했다. 적어도 달걀 상품만큼은 ‘특’이 특별히 상급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일상생활에 ‘특’과 ‘특별’이 너무 난무하고 있다.
방송도 걸핏하면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특집이라고 우기고, 음주 운전 단속도 굳이 특별 단속이라 한다. ‘특’을 붙이지 않으면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인가. 세상에는 ‘특별’ 한 것들만 존중받는가. 진짜 과잉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부풀리기가 날로 더해 간다. ‘보통’, ‘일반’은 못난 이류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이다. 뭔가 특별해야 하고, 특별해야만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회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특별’이라는 표현을 아껴야 한다. 한정된 자원이라 생각하고 마구 쓰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보통과 일반적인 것들이 정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 특별자치시·도에 거주하고 계시는 주민분들께 묻고 싶다. 예전 보통 시·도 시절보다 생활이 많이 나아지셨습니까?
특별자치단체가 된 후 생활이 더 나아졌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지방단체 명칭에 특별을 붙여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특별이라는 말은 좀 가려서, 진짜 예외적일 때 사용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