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툭툭 건드릴 때마다

by 변한다



“글을 쓰는 일은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채로운 감정의 근육을 건드리는 시간이다.”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하다’란 <일놀놀일>의 이승희, 박규리 작가의 책에서 찾은 반짝이는 문장입니다. 사실 이 책은 나의 일에 대한 다채로운 감정의 근육을 심히 건드렸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선뜻 공감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들도 있었을 거고요. 여하튼 일하면서 놀면서 그런 마음가짐으로 스스로에게 닥친 모든 걸 즐겁게 유쾌하게 대하는 게 어떨까 라는 일종의 제안으로 받아들이면서 크게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대하면서 자꾸 오버랩되었던 건, 전직 농구선수면서 현직 예능인인 서장훈의 말이었습니다.


요는 세상에 어떻게 일을 즐기면서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본인은 농구 한 경기를 하면 3키로가 빠질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데, 어떻게 엔조이가 가능하냐는 거였습니다. 무슨 일이든 끝마치기 위해선 반드시 그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데, 그건 바로 몰입. 훅 빠져서 이를 악물면서 죽어라 하고 있는데, 한가하게나 즐긴다는 말이 빈정 상했고 내가 너무 과할 정도로 심각하게 사는 건가 하는 갸우뚱이 더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치열하게 확 해치워 버리고 그걸로 통렬하게 개운함을 느끼는 스타일인지라 그의 말에 와닿았습니다.


그도 그랬던 것이 그는 치열함 끝에 정점을 찍고 내려왔기 때문에 신뢰의 한 스푼을 얹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이가 수긍하는, 한국 농구 역사상 최고의 센터이자 실업 무대를 제패하고 프로 리그에서 용병들과 맞대결하면서도 최고의 자리를 잃지 않았던 유일한 한국 선수라는 최고의 커리어를 가졌지만, 지금은 매 주마다 연지곤지 찍고 여장을 마다하지 않는,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예능인으로서의 격변까지…어찌 보면 한없이 다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은 아마도 모든 시간과 온 마음을 다해 오로지 농구 하나만 생각했던 극한의 몰입의 시간을 지나, 최고점을 찍고 내려온 그라 그게 더 가능하지 않았던가 싶습니다. 적어도 지나온 여정에 일말의 미련이나 후회가 없으니까 말이죠.


뭘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좋아하는 걸 즐기면서 하면 된다고 청춘들에게 응원하고 위로랍시고 힐링을 노래하는 것에 예전부터 이질감을 느껴왔던 터라 더 그런가요. 이렇게 글로서나마 적어보고 기억해봅니다. 감정을 토해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무래도 글쓰기니까요. 마냥 릴렉스를 부르짖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일에 대한 투머치 몰입이, 투머치 진지함이 미련하거나 바보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 하지 않았던가요. 이대로 우직하게 일하며, 진득하게 달려보려고 합니다. 가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어 나를 툭툭 건드릴 때마다 키보드를 흠씬 두들기고 버텨보며 오늘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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