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기술

by 변한다


가수, 작곡가 겸 소속사 대표인 모 씨가 28년 연예계 인생 일대에 큰 위기를 맞아 지금까지도 활동이 뜸하죠. 다름 아닌 표절 시비. 한 곡이 아닌 여러 곡에 대한 의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누구는 표절 시비에 휘말렸어도 계속 활동을 했는데, 모 공영방송 간판 음악 프로그램의 하차 요구에 억울할만도 하겠지만, 가장 문제는 본인의 위기를 분홍색 색안경끼고 핑크핑크 아름답게 표현한 사과같지도 않은 사과였습니다. 내로남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이는 결국 그가 위기를 모른다는 걸 만천하에 공표한 것과 같습니다. 알면서 모른 척 하고 싶은 건지, 알기 조차 싫은 건지까지는 그의 마음 속까지 들어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글쓰기를 예를 들어보자고요. 좋아했던 작가의 문체에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영감 정도를 얻지 작가의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통째로 베끼진 않습니다. 내가 강준만 선생님의 문체를 따라하고 싶다면 인상깊은 문장 통째로 인용하고 따옴표로 마무리를 짓지, 슬렁 내것처럼 도둑질 하지 않습니다. 그건 존경하는 강 선생님에 대한 나의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걸 설사 무의식에 의해 했다셈 치더라도 위기를 맞이하고 잘못이 드러나면 궤도 수정을 할 줄 아는 유연성을 지니고 문제의식을 가지며 대안을 내놓을 줄 알아야 프로이거늘, 그의 옹색한 대처를 보면 어마무시한 30년 가까운 경력이 무색했습니다. 세월이 주는 나이만 먹은 거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실망스러웠죠.


위기는 또 다른 가능성과 기회며, 개인적 발전을 모색하는 데 동기를 부여할 수 있겠습니다. 전성철의 <위기관리 10계명>에서 위기는 사회가 우리를 심판하는 재판의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무대 위에 올라가서 사회가 주시하는 가운데 재판을 받는 과정임을 잊지 말 것이며 그것을 안다는 것은 우리를 객관화시킬 줄 아는가 모르는가의 잣대를 들이밀 수 있습니다. 위기를 다시 기회로 가져오려면 위기관리 과정 속에서 거짓말을 절대 해선 안된다는 겁니다. 솔직함이 어찌됐던 상수여야 합니다. 관행이었다는 비겁함, 무의식과 무지에 기대하는 모호성 등을 담은 호도하는 내용도 일체 포함되면 안됩니다.


실제 재판보다 혹독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의 마음. 주지하다시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한번 돌아선 마음을 돌리는 것입니다. 솔직하지 않음을 들켜버리는 순간 부지불식간에 사람의 마음은 변합니다. 변심한 마음은 쉽게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수를 무마하려 눈감거나 거짓말을 하면 끝이기에 물벼락이든 두들겨 맞든 충분하고 솔직한 표현으로 눈 딱감고 빨리 서둘러 맞고 끝내버리는 게 가장 현명합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그 다음 시간의 약효에 맡겨야 합니다.


“한 시대는 그에 순응하는 사람이든 저항하는 사람이든 개인을 인도하고 규정하고 형성한다.” 와우 언제 괴테가 이런 멋진 말을 했죠? 그러므로 한 시대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과업을 부여합니다. 공정과 정의의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위임된 과제는 무얼까. 다름 아닌 솔직한 자기 표현. 우리는 말을 하고, 물건을 사고, 어떤 행위를 하는 게 결국 뭔가를 표현하는 거다. 표현의 doing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겁니다.


참 시끄럽고 어지럽습니다. 지금의 소요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표현에서 비롯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넓은 의미에서 이것도 일종의 진화죠. 나아가고 변화하는 것. 허나 이번 주말은 고즈넉한 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시간주권자로서의 흉내를 좀 내봐야겠습니다. 솔직한 자기 표현을 배가하고자 라이언 홀리데이의 <데일리 필로소피> 읽다가 좋은 문장들을 적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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