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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것보다 절박한 거예요

내 안의 그림자 마주하기 : 조급함

by 변한다

경험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다. 조급함이 우리를 망쳐 버린다는 사실을. 불운도 생명이 있고 한계가 있어 참고 기다리면 그 끝이 보일 것이다. - 미셸 드 몽테뉴


“너는 나이에 비해 많이 준비하고 자격증도 있고, 저서도 있는 것 같은데, 왜 잠시 쉬거나 멈추지 않는 거니?”

가끔 안부를 물으면 언제나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대답하는 저에게, 전 직장 선배가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그 말에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았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고 불행한 느낌이 밀려옵니다. 물론 저의 성격이 조급한 면도 있지만, 어렸을 적 제대로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가, 그리고 그로 인한 절박함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보다, 과거의 나 자신과의 싸움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 후회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만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안정감을 찾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협의가 아니라, 오롯이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타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pause’ 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 그 버튼은 파울 클레의 1923년 작품 《줄타기 곡예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외로이 줄 위에 서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인생의 어느 한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온 신경이 발끝에 집중되고, 숨조차 쉬기 어려운 그 긴장감 속에서, 우리는 모두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린 시절, 술과 담배로 시간을 허비하며 살았고,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아를 찾으려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았던 저는 그저 어리석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뒤,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건 아마 30대 중반 즈음이었을 겁니다.


얼마 전, 자기 관리의 끝판왕으로 알려진 개그맨 유재석의 짧은 영상을 보고 큰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가장 후회하는 것이 어렸을 적 멍하니 시간을 보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열정을 놓지 않는 이유는 그때의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 후회가 너무 커서, 이제는 벼락치기처럼 자격을 취득하고, 학위를 쌓고, 저술 활동까지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인생이 물살을 거슬러 가는 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지 않으면 결국 도태되기 때문에, 젊은 시절 항구에 목적 없이 정박해 있었던 시간들이 아까워서라도 지금은 쉬지 않고 전진해야 한다는 사명감마저 듭니다.


뭉개고 망부석처럼 가만히 있는 것보단, 차라리 조급하거나 초조한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넋 놓고 있다가는 이 아까운 시간은 지금도 유유히 흘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시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란, 그 자체로 소중하고 한정적이니까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그동안 시간을 허비했다고 느끼신다면, 잠시 멈추고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과거의 자신과 비교했을 때 만족하는지, 아니면 아직 이루어야 할 것이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세요. 결국,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니까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는 더 이상 남을 탓하거나 핑계를 대지 않는 창피한 행동만큼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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