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평화와 자아 회복 : 셀프리더십
가장 큰 위대함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다. - 파스칼
<원경>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세종의 어머니이자 태종의 아내인 원경왕후를 다룬 이 드라마는, 역사에 큰 관심이 없던 나조차도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볼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자아냈죠. 원경왕후는 단순히 왕비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태종이 조선의 초석을 다지는 데 중요한 정치적 동반자로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녀는 또한 조선시대에서 가장 많은 19명의 후궁과 37명의 자식을 두며, 왕실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헌신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형제 4명이 숙청되는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멘탈력을 발휘하며 고난을 견뎌냈습니다.
“널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이는 너 자신이다.”
이 대사는 그녀가 새로 들어온 후궁에게 했던 말로,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후궁에게 임금의 사랑에 모든 것을 걸지 말고, 궐 안에서 자신만의 삶의 이유를 찾으라고 조언하는 그녀의 말은, 셀프 리더십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 말을 듣고 얼마 전, 한 상장사 대표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무능한 직원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고, 나는 그들에게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평가를 하고, 조직의 번영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대답의 기저에는 아지리스의 성숙, 미성숙 이론 즉 인간은 본질적으로 미성숙된 상태에서 성숙된 상태에 도달하게 되어 있다는 것까지 가지 않더라도 나의 신념과도 같은 '성인이 된 사람은 고쳐쓸 수 없다. 크게 변하는 걸 기대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상 낫다.'가 깔려있습니다.
아지리스의 성숙·미성숙 이론은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미성숙한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조직 내 가치체계를 ‘관료적 피라미드형 가치체계’와 ‘인간중심주의적 민주적 가치체계’로 구분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직원들에게 과도한 보호를 해주거나,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책임을 회피하게 만들고,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방향 없이 갈지자로 헤매는 직원들만 가득해지고 그런 상황에서 단호한 결단도, 고치려는 의지도 둘 다 찾아보기 힘듭니다. 결국, 총체적인 난국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리더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조직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 중견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해본 나는 ‘가족 같은 회사’나 ‘부모 같은 상사’, '친구 같은 동료' 라는 말을 들으면 두드러기 날 정도로 여전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말들은 실제 비즈니스 환경과는 거리가 멀고, 결국 일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그동안 너무나 또렷하게 봐왔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피튀기고 살벌한 곳이지, 취미생활을 함께 하고 감정적인 유대나 애정을 나누는 동호회가 아니라는 것도요.
그렇다면, 앞서 말한 아지리스의 이론에서 전달하는 역설적인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직원들이 모두 성숙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리더들이 그들을 미성숙한 존재처럼 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최고의 리더는 사람들을 이끌기보다는 스스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노자의 말처럼, 진정한 리더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결국, 자신을 잘 이끌 수 있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셀프 리더십이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다스리며,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직장생활에서 자신의 관점을 고수하며, 때로는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리더십의 진정한 핵심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경청하며, 그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바로 이 점에서 셀프 리더십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원경왕후처럼 "스스로를 살려야 한다."는 말을 자신있게 남에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신의 리더십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춥고 추운 밤, 자신을 찬찬히 돌아보며 한기서린 거울에 호호 불어가며 나를 비추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