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할지라도 구별의 표현이 불편하지 않았음 한다

마음의 얽힘을 풀다 : 편협심

by 변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는 말에 의해서 자기 자신을 판단 받게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말 한마디 여하가 남 앞에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놓는 셈이다. -에머슨


극단적인 사고가 나날이 확산되고 있는 오늘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오랜 시간 알고 지내던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나 말투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느낍니다. 그 변화는 주로 SNS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접하게 되는데, 그들의 주장과 의견이 점점 한쪽으로 쏠리고 치우쳐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전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니면 내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정치적 문제나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접할 때면, 그 내용을 쉽게 받아들이거나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내 생각이 항상 옳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최근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 중 하나는, 부모님이 매주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멀리 지방에서 버스를 타고 오신다는 것과, 그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심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다른 친구의 친구는 명절에 부정선거에 대한 의견 차이로 가족 간에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큰 다툼을 벌였고, 그 후에는 정치적인 논의에 대해 ‘벌금을 내자’는 규칙까지 정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순간에도, TV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사정없이 다른 채널로 돌려버리길래, 그 상황에 공감하면서, 그가 느끼는 사태의 심각함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한 갈등이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나 역시 가까이서 비슷한 충격을 받습니다. 한 막역한 후배는 남자친구가 특정지역 출신이라 부모님이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유명인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며 크게 다투고, 더 이상 앞으로의 관계에 있어 미래를 꿈꾸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혹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더 겸손해지고, 지혜와 아량이 생긴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고집이 강해지고, 지나온 경험이나 가치관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후자의 사람이 많다면, 세상은 불행의 방향으로 흐를 것입니다. 위의 예시에서 보았듯이 대부분의 소요와 분란은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적 분별심, 혹은 편협한 가치관에서 비롯되기 마련입니다.


편향성의 노출은 뭐 그렇다 쳐도 문제는 그걸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표현방식입니다. 작금의 사회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종종 간과되곤 합니다. 즉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어떤 말을 함부로 내뱉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특히,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글과 말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그로 인한 영향도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항상 인식해야 합니다.


유시민의 『표현의 기술』에서 그는 글을 쓸 때 “사실에 부합하는가? 문장이 정확한가? 논리에 결함이 없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인가? 독자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가?”를 살핀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SNS에서 한 줄의 글을 남기더라도, 그 내용이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없는지 신중하게 살펴야 할 때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면서도 그로 인해 타인에게 상처나 피해를 주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지만, 가정 내에서도 사실 정치적 요소가 존재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정치적 성향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이 모든 의견의 중심에는 ‘인간’이라는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비록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향된 사고를 할 수 있지만, 표현에 있어서만큼은 품위와 격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상이 빈곤하면 말과 글도 빈곤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우리의 말과 글은 우리의 지적 능력의 표현이며,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색해야 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좋은 책을 부지런히 읽는 것입니다. 좋은 글을 접하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내 안에 스며들어, 나의 말과 글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부디 생각과 논리가 빈약하지 않을 우리를 꿈꾸며, 오늘 밤 머리맡에 잠 잘 오게 하는 벽돌책 한권을 놓고, 달콤한 잠을 청하며 양이라도 세어야겠습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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