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얽힘을 풀다 : 공격성
진정한 강함은,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면의 공격을 통제하는 데서 온다. – 로버트 그린
문이 꽝, 인상이 팍. 문 너머로 씩씩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얼굴은 이미 울그락푸르락. 어김없이 아이와 한바탕 싸웠습니다. 사춘기 아이와 대환장 푸닥거리 끝에 감정이라곤 이제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죠.
노력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잘 지내고 싶어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 책들의 조언은 내게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책들이 "다스려라." 내 감정을 조절하고, “소통해라.”며 내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었죠. 하지만 그런 이론이 실생활에서 적용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김붕년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 마디가 가슴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당신의 자녀를 나와 아내에게 온 귀한 손님처럼 여겨라." 그 순간, 또르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이가 이 글을 보게 되면 아마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 그 말은 정말 진심이었습니다.
그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연민'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가 감정의 파도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가 불손하게 굴 때 부모는 그 감정을 이해하고 연민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이죠. 그렇게 되면, 부모는 더 이상 아이의 태도만으로 혼내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연민’을 가지고, 아이를 곧 떠날 사람으로, 즉 개별자로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문을 꽝 닫고 소리 지르는 아이의 행동은 내 성격을 똑 빼닮아, 어쩌면 나에게 투영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마치 내 얼굴에 침을 뱉는 것처럼, 내가 가진 화를 그대로 되돌려받는 느낌일 때도 있습니다.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부모님의 갈등과 불화 속에서 주로 엄마의 감정으로부터 미분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부모로서 경험이 쌓이고, 남자들과 어울려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륵부륵 화냈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조금은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내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감정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나는, 감정이 빼도 박도 못한 유전의 영역일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산 경험의 소중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공격성은 성적 욕망처럼 우리 내면에 누구나 존재하는 감정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결국,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강현식, 최은혜의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에서 언급된 긍정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행복은 절반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유전자의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나요? 하지만, 후천적으로 감정을 잘 다스리고 컨트롤하는 능력을 기른다면 행복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옅은 희망이 보입니다.
화를 다스리며 성숙한 자아를 만들어가는 길은 아이와 내겐 아직 멀고도 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을 뛰어넘는 각고의 노력과 견고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감정을 승화하고 달래며 가야겠습니다. 여러분도 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