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함은 도망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태도다."
과로사 하기 일보 직전 유탄을 맞은 사람처럼 쓰러져 그로기 상태로 며칠을 버텼다.
천근만근 같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책이나 펼쳐볼까 싶어
아무 생각 없이 페이지를 넘기다가 문득 멈춰 섰다.
이 책이다,' 싶은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
"무심히 살아도 된다고 하면 이런 질문이 돌아옵니다.
'무심히 사는 건 어떻게 사는 건가요?' 마음 같아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지요'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지요.
그래서 이렇게 답합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지요.""
-미나미 지키사이의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아, 산다는 건 결국 이런 거구나.
그런데 문득
다른 질문이 따라왔다.
그런데 왜 하필 '나'여야 할까.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나가고, 밤낮없이 일해서
보란 듯이 성과까지 만들었는데,
돌아온 말은
별안간, 꺼지라는 것이었다.
책은 말한다.
무심함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나를 위한 무심함 대신 너무 많은 '과심(채/L)'을 쏟아온 건 아닐까.
그 문장을 읽고서야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억지로 버텨왔는지를.
그래, 가치관에서 우러나오는 일이면 된다.
무심하게.
진짜 무심하게.
그 정도의 힘으로도 삶은 충분히 앞으로 간다는 것을, 그게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임을 이제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