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존중은 늦게 도착한다

by 변한다



“선택을 버티게 하는 힘은, 성과가 아니라 누군가의 믿음이다.”


드라마 <서울 자가 대기업 김부장 이야기> 최종회를 보다가

주책맞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임원차를 손세차하던 김낙수에게

송과장이 건넨 말 한마디,


“존경합니다. 진심으로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아버지가 떠올랐다.

대기업에서 오래 일하다가

그만뒀을 때

그 상황이 못내 안타까웠다.


“우리 아빠 대기업 부장이야.”

그 말이 괜히 자랑처럼

입에 붙어 있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좋은 회사를

끝까지 다니지 못했느냐고

볼멘소리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

직장 생활 21년 차가 되어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감당했을 책임과 두려움,

그리고 안온함을 내려놓고

새로운 선택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였는지를.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왜 나는 그때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하지 못했을까.

그 역시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는데.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십사년 가까이 다니던

안온한 전 직장을 뛰쳐나온

나의 선택 역시

아버지의 선택과 닮아 있다는 것을.


그래서일까.

나는 지금

내 아들에게서

같은 질문을 듣고 있다.


왜 그때 조금 더 참고,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않았느냐는

그 나름의 지적을.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내가,

고스란히 나를 마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또 하나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김낙수의 아내 박하진이

남편에게 건넨 말.


“당신이 선택한 건 다 이유가 있어. 나는 믿어.”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내 남편에게,

내 친구에게,

그의 선택을 먼저 믿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결국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을 끝까지 버티게 하는 건

성과가 아니라

누군가의 믿음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조용히 알려주었다.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나이에서야,

나는 내 아들에게서

같은 질문을 받고 있다.

그게 아마

삶이 건네는 방식일 것이다.



화면 캡처 2025-12-24 113944.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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