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버티게 하는 힘은, 성과가 아니라 누군가의 믿음이다.”
드라마 <서울 자가 대기업 김부장 이야기> 최종회를 보다가
주책맞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임원차를 손세차하던 김낙수에게
송과장이 건넨 말 한마디,
“존경합니다. 진심으로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아버지가 떠올랐다.
대기업에서 오래 일하다가
그만뒀을 때
그 상황이 못내 안타까웠다.
“우리 아빠 대기업 부장이야.”
그 말이 괜히 자랑처럼
입에 붙어 있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좋은 회사를
끝까지 다니지 못했느냐고
볼멘소리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
직장 생활 21년 차가 되어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감당했을 책임과 두려움,
그리고 안온함을 내려놓고
새로운 선택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였는지를.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왜 나는 그때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하지 못했을까.
그 역시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는데.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십사년 가까이 다니던
안온한 전 직장을 뛰쳐나온
나의 선택 역시
아버지의 선택과 닮아 있다는 것을.
그래서일까.
나는 지금
내 아들에게서
같은 질문을 듣고 있다.
왜 그때 조금 더 참고,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않았느냐는
그 나름의 지적을.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내가,
고스란히 나를 마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또 하나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김낙수의 아내 박하진이
남편에게 건넨 말.
“당신이 선택한 건 다 이유가 있어. 나는 믿어.”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내 남편에게,
내 친구에게,
그의 선택을 먼저 믿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결국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을 끝까지 버티게 하는 건
성과가 아니라
누군가의 믿음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조용히 알려주었다.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나이에서야,
나는 내 아들에게서
같은 질문을 받고 있다.
그게 아마
삶이 건네는 방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