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붙들어야 할 것은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다."
연말연시,
승진과 퇴직이 교차하는 시기에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사람과 모든 걸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대화를 떠올리며 요즘 내가 자주 곱씹는 메시지가 있다.
"내 가족을 지키고, 내 자리를 지키고,
내 자존심을 지켜왔다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정작 본연의 나'는 없었다.
허무하다."
회사에서 지금 뭐라도 된 듯 살아도 오너가 아닌 이상
누구나 언젠가는 회사를 떠난다.
그 순간이 몇 년 빠르냐 늦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사실을 스스로 자각하는 순간이다.
문득 내 시간이 겹쳐 떠올랐다.
삼성과 공직을 뒤로하고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으로 옮겨 다녔던 시간.
직함도, 명함도 사라지고 홍보든 마케팅이든 뭐든 되는 건 다 내가 해야 했다.
말 그대로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던 시절이었다.
나보다 한참 어린 사람들에게 회사 소개 한 번만 부탁하며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고, 메일을 썼다.
그야말로 애걸복걸에 가까운 순간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진짜 바닥이구나.'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바닥은 나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
오히려 나를 세웠다.
그곳에서야 비로소 분명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려다 정작 더 중요한 자존감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걸 자존심은
남의 시선에 흔들리는 얇은 껍데기이고, 자존감은
누가 뭐라 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나에 대한 믿음이라는 걸
누군가는 말한다.
마지막 순간에는 머리를 비우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남의 평가도, 체면도, 과거의 타이틀도 내려놓고.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만이 다시 힘 있게 휘두를 수 있다.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자존심이 아니라,
끝까지 '나'로 남아 있으려는 자존감이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조롱받는 자리에서 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끝내 흔들리지 않기를.
조롱하는 쪽이 진짜 하수라는 걸, 진짜 단단한 사람은 결국 자기 자리에 남는다는 걸 삶이 증명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