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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Aug 05. 2022

불타는 주말에 앞서

독서사색

고령사회를 맞아 어르신들의 은퇴 후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웹진 같은 걸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어제 중고서점에 들러 책 몇 권을 샀다. 그 중 단연 눈에 들어왔던 건, 12년차 번역가 심혜경의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번역부터 바이올린, 기타, 수채화, 영화이론까지 계속되는 공부의 향연에 고구마 천 개 먹은 것 같이 콱 막혔다. 아니 그리고 도대체 공부가 어떻게 놀이란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공부의 목적은 인격의 형성이라고 하던데 그래서 끊임없이 해야 하는가 싶으면서도, 공부야말로 삶의 권태기를 덜어내고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저자의 인터뷰에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한 분의 열정 가득 어르신이 떠오른다. 책을 덮고 나서 1952년생 저자를 감히 선생님이 아니라 언니로 부르고 싶었던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의 밀라논나

 

명분이 없는 시간 따윈 결코 보내고 싶지 않다는 그녀는, 지금은 밀라노에서 열렬히 강의한다고 한다. 동양  한국 문화에 대해 특강을 하는데, 지금도 베갯머리에서 이탈리어 사전을 찾아가면서 공부를 한다더라. 우유  때문에  난리인  알면 얼마나 속상할까 살짝 걱정되는 파스퇴르도 윌리엄 암스트롱의 <단단한 공부> 보니 19살에 의지, 노력, 인내   단어를 책상 앞에 적어두었고 평생 그를 이끌었다.


요즘 내겐 공부란 스스로를 개선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다짐이 아닌 실천이고 행동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라도 보고 익히면 적어도  생각에 갇히지 않으니까. 공부를 해야 통찰력도 용기도 생기는 . 나에 대해 남에 대해 세상에 대해.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뜨거움을 위해 온몸을 하얗게 불살렀던 그 연탄재, 지금은 여기저기 사람의 발에 치이고 부서져 재로 남았지만 그러고보면 우린 저 연탄재처럼 한번이라도 공부에 제대로 불타본 적이 있었건가 싶은 요즘이다. 실제 2500년 전 공자의 학습법은 치열했다고 한다. 학문은 미처 미치지 못할 것 같은 갈급한 마음으로 배움에 임해야 하며, 배운 것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듯 배움에 임해야 한다고 한다. 공자의 제자 자공은 절차탁마까지 이야기했는데, 옥반지를 만들 때 톱으로 돌을 자르고, 자른 돌을 줄로 갈고 반지 모형을 만들고자 정으로 쪼고 모래 종이로 윤이 나게 문지르면서 갈고 닦으라는…아우 또다시 도돌이표, 카공 할머니를 읽고 숨막혔던 시점으로 원위치! 참으로 벅차다.  

 

다만 분명했던 건, 안온한 직장에서 있다가 밖에 나와보니 이제껏 너무 모르고 무심했던 것들 투성이었던 4년 전,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이슈와 문제들이 우리 근처에 있는지 궁금해졌다는 것. 그래서 사회복지 공부도 생각했던 거고, 이게 나의 외연확장을 위한 진일보라 마음의 위안을 삼으며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를 중얼거리면서 독서와 실습으로 불타는 주말을 당당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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