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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Aug 09. 2022

속절없이 내리는 비에 손사래 치고 싶은

독서사색

한밤 폭우로 인해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 장애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참변이 발생했다. 대통령, 시장까지 부리나케 현장에 달려갔지만, 재난의 불평등이 인재를 초래한 뒤였다. 세상에 집에서 익사가 도대체 왠말인가. 작년 9월 미국에 상륙한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해 뉴욕에서는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그 중 11명은 지하실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더라. 뉴욕 퀸즈의 경우 비싼 주택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건축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화재와 수해의 위험에 상시 노출돼있다. 이젠 불법 지하 아파트는 뉴욕의 주거 특성 중 하나로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론 금융 위기 이후 빈민들이 자구책으로 쪽방을 마련하고 떠돌아다니며 지하에 사는  전지구적인 트렌드이긴 하나 어떤 사람이 자기 이익에서 눈을 돌려 국가 전체의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토크빌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들의 시름이 재난  말고 평소엔 전해지지 않는  왜일까. 제대로  집과 안정된 주거는 인간의 당연한 기본권리인데 불법건축물로 쪽방과 반지하 임대를 하는 빈곤 비즈니스는 2022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여전히 불편하게 다가온다. 전국의 반지하 가구의 98.4% 수도권에 몰려있고, 규제강화를 한다면 아무래도 취약계층들은 주거권을 잃게 된다. 안전한 집으로의 갈급은 넘쳐나는데, 공공임대주택의 물량은 언제나 부족하다. 이를 묵인하는 , 동조하는 ,  다도 관심 없는  누가 진짜 선을 넘은 것일까.

 

똑똑히 기억난다. 몇 년 전 행복주택 조성 반대를 당당히 외치며 나눠줬던 전단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행복주택 1순위 19~39세 홀로 사는 청년에겐 유흥업소, 유령회사, 또는 위장 취업 등 위험요소가 존재하며, 소년범 등 부랑아보호시설 퇴소자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결국 주민의 안전과 치안을 위협한다.’

 

잠재적 범죄자들이 내 집 앞에서 살면 안된다고 허위사실까지 유포하는 파렴치한들은 차라리 50세 넘어까지 전세로 살기 싫었다고 커밍아웃했던, 최근에 강남아파트를 사 화제를 모은 흑석동 김선생 지금은 어엿한 국회의원 분보다도 솔직하지 않다. 어쩌면 “그 나이까지 되도록 주변인으로 살기 정말 싫었어요. 집주인 한번 되고 싶었어요. “ 세상 불쌍한 호소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면이 있었던 게 대한민국의 표준 정서 아닐까. 차라리 내 집값 염려가 있으니까 임대비율을 줄여달라, 편의시설을 늘리고 교통편의도를 높여달라는 전략이 훨씬 설득력 있었을텐데…

 

무도한 그들이나 흑석동 김선생이나 영끌족들을 포함해 누구든 삶의 터에 뿌리를 내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특히 미국의 1/50 면적의 복작복작 우리나라에서 집은 사람들의 근원적인 열망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완전히 편안한 공간을 쉽게 발견하기도 쉽게 손에 넣기도 어렵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매순간 주거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다. 20대 고시원 생활, 30대 사외기숙사생활, 결혼 후 전세생활을 거쳐 30대 말부터 마이홈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더 나은 집을 찾는 일은 지금까지 계속된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설명처럼 사람들은 소유의 꿈을 실현해주며 편리하고 편하고 건강하고 건전하고 좋은 모든 것을 구현하고 있는 집 즉 꿈의 집을 짓고자 하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집에 대한 생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다만 타인의 기본적인 권리까지 지켜줄 만큼 썩 관대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ㄱ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부동산 관련 지식은 물론이고 내 집이 중요하면 남의 집도 소중하단 1할의 공감 정도는 필수로 킵. ‘집은 거주권이 우선이지, 소유에 집착하는 건 이해되지 않아. ‘ 이딴 말 같지도 않는 이야기 그만하고. 이해되지 않는다면 이혜미의 <착취도시 서울>부터 들춰보길...속절없이 내리는 비에 손사래 치고 싶은 화요일 오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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