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도 사입고 싶다.”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회장이 지분 100프로, 무려 4조 상당을 전부 내놓은 뉴스를 보고 70세 어머니가 한 이야기다. 검소한 그녀의 물욕에 불을 지핀 회사 웹사이트에 홍보인으로서 들어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옷 브랜드들과는 다르게 산악인 에세이와 대한민국 강하천 심폐소생 프로젝트인 푸른 심장 캠페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관련 사진을 볼 수 있다.
참고로 ‘푸른 심장 캠페인’은 강의 흐름을 막는 인공 구조물 보 철거 촉구를 위해 국내에서 단독적으로 전개하는 환경 운동으로, 얼마 전에 우리 집 근처 보도 철거되었다. 이런 걸 도대체 언제부터 기획했는지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니 2014년부터 미국의 댐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도 제작해왔고 각 국가의 자연환경에 맞게 고민한 흔적들이 역력했다.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이 있는 데도 하지 않는다면, 악한 것에 다름 없다.” 사실 파타고니아 정도의 제품 편익을 주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결국 가장 성공한 브랜드나 개인은 어떤 식으로든 기능적인 요구를 넘어 ‘선’이란 인간의 본질적인 요구에 좀 더 다가설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 수는 대담함과 용기를 가져볼 수 있겠다.
디자인이나 형태는 제대로 갖춘 본질과 그 본질에 담은 의미까지 변화시킬 수 없다. 아무리 예쁜 포장을 하고 덧붙이고 변화되었다 하더라도 코어는 남는다. 사람도 마찬가지. 좋은 브랜드와 사람은 고객과 친구를 만들고 탁월한 브랜드와 훌륭한 리더는 팬이나 추종자들을 이끈다. 그럼 이런 건 특정 오너나 개인이 가진 본연의 특성에게만 기댈 것인가란 질문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는 반대로 요아힘바우어의 <공감하는 유전자>에선 각인된 유전자 즉 특정한 성질을 가진 고정된 유전자가 아니라 삶에 대한 특별한 마음 자세가 건강과 두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 즉 선하고 정의로운 인간성과 공감을 통해 그 예로 성공을 위해 달린 삶을 뒤로 한 후 은퇴한 50세 이상 사람들 대상으로 아이들의 멘토 역할을 하라는 미션을 줬더니만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변한 멘토들의 성향도 주목할 만하다.
결국 우리는 인간성과 공감이라는 자원은 누구에게나 선천적으로 있는 것이고, 이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가 관건으로 남는다. 이를 통해 개인 건강뿐만 아니라, 인류의 삶, 나아가 지구의 삶까지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엿볼 수 있다. 파타고니아의 통근 기부도 여기에 직접적으로 해당되는 실행인 거고,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적 태도의 전환이다.
마태복음 25장 29절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를 살짝 바꿔보면 무릇 있는 자는 받아 스스로 풍족하게 되고 남의 것을 뺏지 않고 오히려 남에게 준다. ‘좋은 삶은 목적과 의미가 있는 삶’이라는 건 그건 전적으로 내 문제다. 나는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이번 주말은 이본 쉬나드의 60년 경영 철학이 담긴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 써핑을> 꼭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