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건네는 조용한 안부
봄바람은 어쩐지,
가슴 깊은 곳에
뭉근한 꽃 한 송이가 피어난 듯
간지럽게 스며든다.
그 봄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을
무사히 건너야겠지.
시렸고,
지금도 시리지만—
곧 맞이하게 될
살랑이는 봄바람과의
재회를 위해서.
봄의 내음을 맡을 때면,
잊고 지냈던 추억이 슬며시 얼굴을 내민다.
그 향이 기억 속 어딘가에 번지기 시작하면,
머릿속에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마치 계절의 흐름이,
추억과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되어주는 것처럼.
어느 날,
길을 걷다 우연히
그리운 향기를 마주한다면—
그 순간,
나는 조용히 과거의 어느 날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향수는 말 그대로 향기를 품어내지만,
기억 속 ‘향수’는 추억을 다시 피워낸다.
그 추억 속 사람과 조우했을 때,
가슴 한켠이 간질거린다면—
어쩌면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사람과 다시 이어지고 싶다는,
내 마음 깊은 곳의
조용한 고백일지도 모른다.